[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톱배우 이정재의 티켓파워는 끝나버린 걸까.
분명히 기대 이하의 성적을 내고 있다. JTBC 금토드라마 '보좌관'(이대일 극본, 곽정환 연출)은 이정재가 10년 만에 선택한 작품으로 홍보했고, 이정재를 위한, 이정재에 의한 드라마인 것처럼 포장됐다. 하지만 역부족이었던 걸까. 결국 4%대 시청률을 전전하며 안타까운 하락세를 거듭했다.
6일 방송분에서 기적적인 시청률 반등이 이뤄지긴 했으나, 이를 이정재의 효과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이날 방송에서는 드라마의 최고 반전이라 할 수 있는 이성민(정재영)의 추락사가 그려졌다. 충격적인 반전은 늘 시청률 반등에 영향을 주기 마련이다. 이날 시청률은 4.97%(닐슨코리아 집계· 유료가구 기준)였다.
이정재는 분명 감정적인 연기를 잘하는 배우다. '보좌관'에서도 그런 모습을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냉철한 모습과 집중력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송희섭 의원실의 수석 보좌관 장태준은 아마 이정재를 보고 그린 배역일 것. 온갖 '멋짐'을 넣은 장태준을 표현하는 이정재는 연기력으로 극을 휘어잡는 중이다. 적절한 로맨스와 적절한 머리싸움, 이정재를 돋보이게 만들 소재들은 무궁무진하게 남겨져 있다. 수많은 의원들과 보좌관, 인물들이 등장하기는 하지만, 이 드라마가 '이정재 드라마'라는 증거다.
다만 다수 인터뷰를 통해 "자기복제 연기는 지양한다"고 했던 이정재의 소신과는 반대로 장태준 속에서 문득문득 "내가 왕이 될 상인가"가 들리는 것은 첫번째 아쉬움이다. 또 늘 지적받는 아쉬운 발음은 두 번째 아쉬움. 일부 시청자들은 "넷플릭스로 자막을 켜고 보라"는 대안까지 내놓고 있다. 드라마를 자막까지 켜고 보는 노력을 기울여야만 비로소 이해가 가능한 이정재 표 연기력이다.
이정재는 대한민국이 아는 톱스타다. 이름만 대면 알 것 같은 영화에도 다수 출연해 천만배우의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그에게 수양대군이라는 인생 캐릭터를 안겨줬던 영화 '관상'(2013, 한재림 감독)은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집계 기준 913만4,586명의 관객을 동원했고, '암살'(2015, 최동훈 감독)고 1270만6,819명의 관객을 모았다. 염라대왕으로 짙은 인상을 남겼던 '신과함께-죄와 벌'(2017, 김용화 감독)과 '신과함께-인과 연'(2018, 김용화 감독)은 각각 1441만1,675명과 1227만6,115명을 모으며 흥행의 기록을 썼다.
이쯤되면 '대한민국에서 제일 잘 나가는' 배우로 봐도 무방할 기록이지만, 뚜껑을 열어보면 허점이 존재했다. '관상'은 송강호의 영화였고 '암살'은 전지현의 영화였으며, 심지어 '신과함께'는 주연작이 아닌 특별출연 작품이었다. 일명 '떼주물'이라고 불리는 멀티 캐스팅의 작품에서는 힘을 발휘하는 이정재이지만, 자신의 작품을 이끌어나가는 입장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관상'에 이어 만났던 주연작 '빅매치'(2014, 최호 감독)의 성적, 117만7,438명이 참패였고, 대작 영화 '대립군'(2017, 정윤철 감독)은 83만7,500명으로 처참한 결과를 낳았다. 올해 개봉한 '사바하'(장재현 감독)는 그나마 사정이 조금 나았다. 239만8,519명의 관객을 동원한 것. 그러나 관객수만으로는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했다는 것만으로도 뼈아픈 작품이 될 것으로 보인다.
'보좌관'은 이정재의 파워에 기댄 작품이다. 이미 제작발표회에 선 다른 배우들도 "이정재가 출연한다고 해서 하기로 했다"고 말하고, 곽정환 PD도 "많은 배우들이 이정재 때문에 했다고 말하더라"는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하기도 했다. 그야말로 이정재를 '전적으로 믿었기 때문에' 탄생한 작품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작품의 화제성과 시청률을 향한 전망은 밝지 못하다. 이미 4%대로 굳어버렸던 시청률은 극적 반전으로 한 차례 뛰었을 뿐이고, 그의 연기력은 언제나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게다가 시즌1을 마무리한 뒤 시즌2까지의 시간도 남아 있다 보니, 시청자들의 발을 제대로 묶어둘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과연 이정재의 '티켓파워'가 시청자들을 묶을 매력적인 카드가 될 수 있을까.
문지연 기자 lunam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