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컵 결승 2차전까지 이적소식 몰랐던 이창용, 윤영선 영입 휩싸여 성남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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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격'이었다.

울산의 수비형 미드필더 이창용(28)은 10일 구단 관계자로부터 K리그2(2부 리그)에서 운좋게 승격한 성남으로 이적해야 한다는 소식을 전해들었다. 울산이 국가대표 센터백 윤영선을 영입하는 과정에서 성남에 '이적료+선수'를 내주는 조건에 이창용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사실 울산은 윤영선 영입을 이적료로만 해결하려고 했었다. 그러나 윤영선 이적에 부정적인 의견을 보이던 남기일 성남 감독이 변수였다. 남 감독이 이끄는 성남이 내년 시즌 K리그1(1부 리그)에 살아남기 위해선 준척급 선수가 필요한 상황. 때 마침 전북이 2대1 트레이드를 제안하며 남 감독의 마음을 흔들었다. 또 아시아쿼터 부활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중국 슈퍼리그에서도 윤영선에게 관심을 드러낸 팀들로 인해 선수 이적료가 천정부지로 뛰었다.

울산은 높아진 이적료에 난색을 보일 수밖에 없었다. 다만 선수의 마음은 울산에 향해 있었기에 이적 성사에 대한 기대감은 놓지 않았다. 윤영선은 과거 성남에서 '사제의 인연'을 맺은 김도훈 울산 감독과의 전화통화 뒤 울산행에 대한 결심을 굳힌 상태였다. 남은 과제는 울산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남 감독의 마음을 어떻게 풀어주느냐였다.

결국 울산은 지난 8일 대구와의 FA컵 결승 2차전을 하루 앞두고 계약기간이 1년 남은 이창용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적료를 낮추는 대신 남 감독이 원하던 즉시전력감 선수가 포함된 것이다. 이창용은 지난 2일 포항과의 시즌 최종전에서 골을 넣는 등 맹활약하며 김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내년 잔류멤버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윤영선을 데려오기 위해선 올 여름부터 이창용을 원했던 남 감독의 제안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다만 구단 내부 결정이 중대한 일전인 FA컵 결승 2차전을 앞두고 이뤄진 탓에 정작 이적대상으로 지목된 이창용에게 이야기할 타이밍을 잡지 못했다. 김도훈 감독은 FA컵 결승 1차전에서 발목을 다쳐 전력에서 이탈한 '중원의 핵' 믹스 대신 이창용을 결승 2차전 선발 출전 명단에 포함시켜야 했기 때문에 상황이 애매해졌다.

결국 이창용은 FA컵 우승을 대구에 빼앗긴 슬픔을 채 지워내지 못한 상황 속에서 윤영선 영입전에 휘말리며 갑작스러운 성남행 통보를 받아야 했다.

언남고-용인대 출신인 이창용은 2013년 강원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데뷔했다. 왕성한 활동량으로 조직력의 톱니바퀴 역할을 해온 이창용은 2015년 울산으로 이적, 총 35경기에 출전했다. 2017~2018년 아산무궁화(경찰청) 입단이 축구인생의 터닝포인트였다. 특히 올시즌에는 박동혁 감독을 만나 주장 완장을 달고 제대하기 전까지 아산의 K리그2 우승의 절반을 견인한 바 있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