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글스의 FA협상 테이블에 찬바람이 씽씽 분다. 2년 연속 냉랭한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한화는 3년 연속 외부FA를 외면했다. 올해는 내부FA 3명(이용규 송광민 최진행)과 협상을 벌이고 있다. 셋 모두 잡는다는 입장이지만 대박이 아니라 중박도 기대하기 힘든 분위기다.
한화는 최근 이용규와 최진행의 에이전트와 1차 협상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탐색전이었다. 한화는 내부적으로 세운 기준에서 아직 요지부동이다. 지난해 협상 초반과 비슷한 모습이다. 올해는 냉정한 기류가 더욱 강화되는 분위기다. 장기전이 예상되고, 선수들 입장에서는 달갑지 않은 신호다.
한화는 2016시즌을 앞두고 내부 FA인 김태균(4년 84억원), 조인성(2년 10억원)을 잡았고, 외부 FA로 정우람(SK 와이번스→한화, 4년 84억원), 심수창(롯데 자이언츠→한화, 4년 13억원)을 데려왔다. 이것이 한화의 FA시장 큰손 이미지의 마지막이었다.
이후부터는 단기 투자보다는 장기투자, 내부육성으로 물길을 돌렸다. 김성근 감독→이상군 감독대행→한용덕 감독으로 사령탑이 바뀌면서 리빌딩은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올해 정규시즌 3위의 돌풍을 일으킨 사건 역시 구단으로선 미래 비전에 대한 확신을 가지는 계기가 됐다.
2017시즌을 앞두고는 내부FA도 없없다. 2018시즌에 앞서서도 협상은 난항이었다. 1월말에서야 내부 FA계약이 마무리됐다. 안영명(2년 12억원), 박정진(2년 7억5000만원), 정근우(2+1년, 35억원). 이용규는 FA선언을 1년간 유예했다. 올시즌 결과만 놓고보면 FA는 투자대비 마이너스다.
1년만에 방출된 박정진은 한 차례도 등판하지 못했다. 안영명은 전반기에는 큰 활약을 펼쳤지만 후반기에는 기대에 못 미쳤다. 정근우는 시즌 초반 수비불안 등으로 극도로 부진했지만 중반 이후 반전에 성공했다. 그나마 근성을 보여줬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 최근 한화 FA들의 성적이 올해 FA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진 못하고 있다. 한화 구단 관계자는 "지난해와 비슷한 기조로 보면 된다. 선수들은 자신에 대한 평가에 후하겠지만 구단 역시 나름대로의 잣대와 기대치가 있다. 협상을 통해 간격을 좁혀나가려 한다. 협상이 다소 길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화 구단은 전혀 급할 것이 없다는 눈치다. 12월과 1월은 비활동 기간이다. 선수들은 미뤄뒀던 가족여행도 다녀오고, 개인훈련도 갖는다. 주로 12월은 쉬고, 1월부터 운동을 재개하는 경우가 많다. 예전처럼 협상이 선수들의 운동 스케줄에 영향을 주지도 않는다. 이용규와 최진행, 송광민 모두 에이전트가 있다. 협상은 에이전트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
또 이용규 송광민 최진행 모두 이적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선수들 입장에서는 속이 상할 노릇이지만 협상 주도권은 원소속 구단이 틀어쥔 모양새다. 한화는 최근 30대 중반 베테랑들의 갑작스런 기량 저하를 경험하고 있다. 장기 계약에 선뜻 나서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다.
이용규는 134경기에서 타율 2할9푼3리, 1홈런 36타점을 기록했다. 송광민은 113경기에서 타율 2할9푼7리 18홈런 79타점을 올렸다. 최진행은 57경기에서 타율 2할1푼3리 7홈런 13타점으로 다소 부진했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