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동안 약 500명의 축구 꿈나무들이 K리그 레전드들과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었다. 레전드들과 축구 소외지역 유소년들은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축구로 하나가 됐다.
이상윤(해설위원) 유상철(전 전남 감독) 박동혁(아산 무궁화 감독) 현영민(해설위윈) 조재진 김형범(전 전북 현대) 같은 K리그 레전드들이 구슬땀을 쏟았다. 축구 유소년들은 평소 만나지 못했던 축구 스타들과 몸을 부대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바라보는 학부모들의 표정은 흐뭇했다. 축구 불모지와 다름없는 전남 영암에서 축구로 모두가 행복해지는 뜻깊은 시간이었다.
'2018년 K리그와 함께 하는 유소년 축구 클리닉'이 2일 영암공설운동장에서 마무리됐다. K리그는 총 4일에 걸쳐 축구를 자주 접하지 못하는 소외 지역을 찾아가는 사회공헌 사업을 진행했다. 지난달 24~25일에 이은 두번째 행사로 1~2일 다시 열었다.
K리그를 대표하는 이상윤 유상철 박동혁 현영민 조재진 김형범이 각자 바쁜 일정을 미뤄두고 달려왔다. 이상윤 유상철 김형범은 1차 클리닉(김은중 송종국 이민성도 참가)에 이어 2주 연속 영암을 찾았다. 1~2차 유소년 총 481명이 참가했다. 영암군(주변 군 포함) 아마추어 유소년 342명에, 전국에서 온 엘리트 선수 139명이 모였다. 한국프로축구연맹 박주원 과장은 "이번 행사를 통해 축구 소외지역인 영암군에서 축구에 관심있는 유소년들의 축구 갈증이 조금은 해소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행사는 이틀 동안 오전과 오후 두 차례로 나눠 진행됐다. 먼저 엘리트를 두 그룹으로, 아마추어를 네 그룹으로 나눴다. 6명의 레전드가 이 여섯 그룹을 각각 하나씩 맡아 이끌었다. 각 그룹마다 한 명의 보조 강사가 붙어 도우미 역할을 했다. 오전 1시간 남짓은 몸풀기 및 축구의 기본기(드리블 패스 슈팅 헤딩 등)를 배우는 시간이었다. 엘리트 그룹을 지도한 현영민은 해설위원 답게 조리있는 말솜씨를 곁들여 드리블과 패스 훈련을 진행했다. 박동혁 감독은 '재미'를 강조했다. 그는 "훈련 속에서 재미를 찾아야 한다"면서 공을 손으로 잡고 패스하는 공돌리기로 몸을 풀었다. 아마추어 그룹을 맡은 조재진과 김형범은 '친 형' '친 오빠' 처럼 다정다감하게 지도했다. 두 레전드는 몸을 사리지 않고 직접 시범을 보이기도 했다. 유상철 감독은 유소년들의 이름을 하나 하나 불러주며 지도하는 세심함을 보여주었다. 유머가 트레이드 마크인 이상윤 해설위원은 "굿 잡(잘 했어)" "유 캔 두 잇(넌 할 수 있어)" 같은 영어를 섞어 가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오후에는 레전드들과의 풋살 게임이 펼쳐졌다. 참가한 유소년들이 손꼽아 기다려온 하이라이트였다. 산청FC(15세 이하팀) 공격수 홍재민군(산청중 2년)은 "풋살 게임이 가장 재미있었다. 레전드들과 몸싸움도 해보고, 직접 골도 넣을 수 있어 너무 좋았다"면서 "또 이런 행사에 참가해 스타들과 붙어보고 싶다"고 말했다. 6명의 레전드는 약 2시간 동안 유소년 선수들과 돌아가면서 8분 남짓씩 풋살게임을 펼쳤다. 시간이 지날 수록 레전드 팀은 체력 소모로 지쳐갔다. 반면 유소년 선수들은 돌아가면서 한번씩 맞대결 한데다 즐거움이 겹쳐 힘든 줄 모르는 기색이었다.
이상윤 해설위원은 "더 많은 레전드들이 동참할 수 있도록 이런 행사가 정기적으로 자주 열렸으면 좋겠다"면서 "유소년 선수들만 우리를 만나 좋은 게 아니라 우리 또한 미래의 꿈나무들을 만나 더 없이 좋은 시간이었다"며 웃었다.
행사 말미에 참가한 유소년들은 레전드들로부터 옷에 사인을 받았다. 또 프로연맹은 유소년들에게 참가 수료증도 발급했다. 행사장을 찾은 박진후군(강진 중앙초 4년) 어머니는 "아들 학교 친구들과 옆 동네 강진군에서 왔다. 영암에서 좋은 프로그램을 한다고 해 신청했다"면서 "유명한 레전드들이 정말 이곳까지 올줄 몰랐다. 강진에서도 이런 행사를 열어달라"고 말했다. 영암=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