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와이번즈가 6년 만의 한국시리즈행에 단 1승 만을 남겨뒀다. 하지만 '승장' 트레이 힐만 감독의 표정은 담담했다.
SK는 28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가진 넥센 히어로즈와의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5대1로 이겼다. 정규리그 2위로 플레이오프에 진출, 지난 27일 박정권의 끝내기 투런포에 힘입어 넥센을 10대8로 제압했던 SK는 5전3선승제의 플레이오프에서 먼저 2승을 따내며 활짝 웃었다. 이로써 SK는 1승만 더 추가하면 지난 2012년 이후 6년 만에 한국시리즈에 진출하게 된다.
힐만 감독에겐 두 번째 가을야구다. 부임 첫 해였던 지난 2017시즌 정규리그 5위로 와일드카드결정전에 올랐으나 패배의 쓴맛을 봤다. 올해 정규리그 2위를 거둔 뒤 플레이오프에 오른 SK는 와일드카드결정전, 준플레이오프를 거치며 분위기를 끌어 올린 넥센을 상대로 한 수 위의 힘을 과시하며 달라진 모습을 증명했다. 그러나 힐만 감독은 남은 1승을 채우기 전까지 안심하지 않았다.
-경기 총평은.
▶넥센 선발 투수 에릭 해커가 좋은 투구를 펼쳤다. 우리 타자들을 상대로 본인이 원하는 리듬을 찾아가는 모습이었다. 해커가 실투를 할 때 우리 타자들이 잘 공략한 것 같다. 우리 선발 투수 메릴 켈리도 잘 던졌다. 많은 삼진을 잡았다. 수비 쪽에서 도움도 있었다. 안타를 맞는 과정이 깔끔하진 않았다. 무엇보다 불펜 투수들이 훌륭히 던져줬다.
-켈리 교체 이유는.
▶켈리가 4회를 마친 뒤 오른손 전환근에 불편함을 느꼈다. 부상으로 보진 않지만, 가능성은 열어두고 있다. 오늘 하루 지난 뒤 다시 체크할 생각이다.
-불펜 활약에 대해선.
▶(켈리의 증세를 확인한 뒤)손 혁 투수 코치에게 '오늘 같은 경기는 불펜이 경기를 이끌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켈리에 이어 등판한 윤희상이 볼넷을 허용했지만, 이후 더블플레이로 흐름을 끊은게 인상적이었다. 코치들이 불펜 투수들을 잘 준비해 등판시켰다. 전체적으로 불펜 투수들의 로케이션이 좋아 보였다.
-경기 전 선발 라인업을 변경했다.
▶경기 전 박정권을 1루, 로맥을 3루, 최 정을 지명 타자로 배치했다. 최 정이 어제 경기에 이어 오늘도 흐름이 좋지 않다고 판단했다. 경기 전 많은 일이 벌어지는게 놀라운 일은 아니다. 상황을 판단하고 최상의 라인업을 꾸리는데 집중할 뿐이다.
-어제 경기에 이어 다시 벤치 클리어링이 나왔다.
▶똑같은 상황이다(웃음). 다시 영상을 봐야 할 부분이다. 제리 샌즈가 2루로 슬라이딩하는 과정은 깔끔했다고 본다. 2루수 강승호의 위치에 따라 스스로 피해야 할 부분도 있었다. 그 상황을 보면 샌즈가 크게 더티한 플레이를 했다고 보진 않는다. 정강이, 무릎, 발 쪽으로 발바닥을 내미는 상황이 보였다면 이야기가 달라질 부분이다. 내 시각에서 더티한 플레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샌즈는 예전부터 잘 아는 선수다. 미국 시절에도 노력하는 선수였다. 일부러 더티한 플레이를 하려 하진 않았다고 생각한다. 결과적으로 집중력이 높아진 상황에서 신경전이 벌어질 수도 있다. 서로 동료를 보호하기 위해 맞서는 모습은 충분히 이해한다. 30년 넘게 프로 무대에서 야구를 하고 있다. 수많은 벤치 클리어링 상황을 겪어봤다. 선수들이 몰입하며 에너지를 분출하는 상황은 본인 만이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어제와 오늘 모두 크게 문제가 될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 선수들 스스로 마음을 추스르는게 중요하다.
-김성현이 부적절한 손동작을 취하는 모습이 포착됐는데 알고 있나.
▶아직 보진 못했다. 이야기는 들었다. 때로 손짓, 행동으로 판단할 수 있지만, 행동 이전에 무엇 때문에 그런 장면이 나왔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한 번 더 확인해봐야 할 것이다. 행동의 원인은 충분히 있을 것으로 본다.
인천=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