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밀한 계산 끝에 나온 정확한 예측일까, 아니면 단순한 우연의 일치일까.
공교롭게도 한화 이글스와 넥센 히어로즈의 올해 준플레이오프(5전3선승제) 결과에 대한 양팀 감독, 선수들의 예측이 정확해지고 있다. 만약 22일 3차전에서 넥센이 이겼더라면 두 팀 감독, 그리고 선수들의 예상은 말짱 도루묵이 됐을 것이다. 하지만 한화가 반격의 1승을 거두면서 지난 18일에 있던 준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 때의 한 장면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대전에서 열린 미디어데이 말미, 한화 한용덕 감독과 대표선수 송은범, 이성열. 그리고 넥센 장정석 감독과 대표선수 김상수, 김하성 둥 양팀의 미디어데이 참석자들에게 '준플레이오프는 몇 차전까지 갈 것이라고 생각하는지 손가락으로 표시해달라'는 요청이 나왔다. 사전 상의 없이 돌발적으로 나온 요청에 대해 이들은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손가락을 폈다. 공교롭게 한화측은 모두 다섯 손가락을 활짝 폈다. 시리즈가 '5차전'까지 간다는 뜻. 반면 넥센은 '4개'만 폈다. '4차전에서 끝내고 간다'는 각오의 표시로 보였다.
양팀의 이 같은 예측은 자칫 전부 '꽝'이 될 뻔했다. 넥센이 원정 1, 2차전에서 쾌조의 2연승을 거둔데다 22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준플레이오프 3차전 때도 경기 막판까지 동점으로 팽팽히 맞서며 승리 가능성을 보였기 때문. 하지만 9회초 한화 김태균이 결승 적시 2루타를 날리며 넥센의 준플레이오프 3연승을 저지하는 데 성공했다.
때문에 여기서부터 누구의 예측이 맞았는 지에 관한 장외 승부가 다시 시작됐다. 3차전에 이어 4차전마저 한화가 따낸다면 넥센의 예측 결과는 모조리 '꽝'인 셈이다. 반면 넥센이 4차전에서 시리즈를 끝내면 실전 승부 외에도 예측 대결의 승자가 될 수 있다.
사실 이들의 예측에는 각자 팀 사정에 대한 고민이 담겨 있었다. 한화는 11년 만의 포스트시즌 진출이 낯설었다. 그래서 최대한 조심스레 '5차전 승부'를 예측한 것이다. 넥센은 준플레이오프에서 멈추지 않겠다는 의지를 손가락 네 개에 담았다. 와일드카드 결정전까지 치렀기 때문에 4차전 이내에서 준플레이오프를 마쳐야 플레이오프에 오르더라도 승산이 생긴다고 여겼다. 과연 예측 승부의 최종 승자는 누가 될 지 흥미롭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