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만에 포스트시즌에 오른 넥센 히어로즈는 와일드카드 결정전부터 일정을 소화하고 있기 때문에 준플레이오프에서 맞붙는 한화 이글스나 플레이오프에서 기다리고 있는 SK 와이번스에 비해 상대적으로 체력 부담이 클 수 밖에 없다. 투수진 운영이 시리즈 성패를 좌우하는 관건으로 꼽히는데 이런 단기전일수록 에이스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
넥센은 22일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 에이스인 제이크 브리검을 선발로 내세웠다. 브리검은 지난 16일 KIA 타이거즈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 이후 6일만에 마운드에 올랐다. 정상적인 로테이션에 따라 등판해 7이닝 6안타 3실점의 역투를 펼쳤다. 비록 팀이 9회초 이보근이 김태균에게 결승 2루타를 얻어맞아 3대4로 패했지만, 브리검의 호투는 이날 투수들 가운데 가장 빛났다.
앞서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도 브리검은 6이닝 5안타 4실점으로 제 몫을 하며 승리의 발판을 마련했다. 브리검이 포스트시즌 2경기에서 연속 6이닝 이상을 책임진 덕분에 넥센은 불펜진을 아낄 수 있었다. KIA전에서는 3명의 불펜투수를 썼고, 이날 한화와의 3차전에는 오주원과 이보근 2명의 불펜투수를 내보냈다. 단기전에서 불펜진 운영의 중요성을 감안하면 브리검이 긴 이닝을 버텨준 것은 장정석 감독으로선 고마울 따름이다.
2경기 합계 13이닝을 던졌다. 투구수도 각각 100개, 95개로 적당했다. 브리검은 정규시즌서 199이닝을 기록해 이 부문 1위를 차지했다. 31경기에서 11승7패, 평균자책점 3.84를 기록하며 사실상 에이스 역할을 한 것이나 다름없다. 시즌 마지막 등판인 10월 12일 KT 위즈전에 중간투수로 올라가 홀드를 기록한 것을 제외한 나머지 30경기에서 평균 투구이닝은 6.56이닝이었다. 즉 6~7이닝은 기본적으로 던진다는 이야기다. 포스트시즌 들어서도 이런 '기조'는 변함없다.
브리검은 KBO리그에서 처음 경험하는 가을야구다. 1선발로 부담감이 없지 않겠지만, 집중력은 오히려 돋보인다는 평가다. 브리검은 3차전에서 2회초 먼저 2점을 내준 직후 무사 1,2루의 위기에서 김회성을 147㎞ 몸쪽 빠른 공으로 3루수 땅볼을 유도, 삼중살로 잡아내는 집중력을 발휘했다. 특히 1~3회 11명의 타자를 상대해 10명에게 초구 스트라이크를 던지는 등 공격적이면서도 빠른 템포로 타자들을 몰아붙이는 에이스 위용을 드러냈다.
브리검은 지난해 5월 션 오설리번의 대체 투수로 넥센에 입단했다. 첫 시즌에는 24경기에서 10승6패, 평균자책점 4.38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144이닝, 선발 평균 6이닝을 소화했다. 두 번째 시즌 경기운영능력이 한층 향상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넥센은 포스트시즌이 끝나면 브리검과의 재계약을 서두를 계획이다. 올해 연봉이 65만달러인 브리검의 몸값은 포스트시즌 들어 더욱 높아지고 있는 느낌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