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아직 적응이 안되요,"
부산을 넘어, 한국축구의 새로운 아이돌로 떠오른 김문환은 여전히 '인기'라는 단어에 수줍어 했다.
김문환은 최근 K리그 최고의 핫가이다. 스타기근에 시달리던 K리그에 단비 같은 존재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에서 맹활약을 펼치며 금메달에 일조한 김문환은 단숨에 스타로 떠올랐다. 부산 지역에서 그의 얼굴이 담긴 현수막은 수집 열풍을 불러일으키고, 각종 관련 상품들은 날개 달린 듯 팔린다.
21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대전과의 2018년 KEB하나은행 K리그2 33라운드에서도 김문환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또 다른 아시안게임 스타 황인범(대전)과의 맞대결로도 관심을 모은 이날 경기에는 부산 뿐만 아니라 전국 각지에서 많은 소녀팬들이 김문환을 보기 위해 찾았다. 경기 후 버스 앞에는 김문환을 향한 비명이 쏟아졌다.
김문환은 "정말 감사하다. 멀리까지 와주시는 것을 보면 힘이 난다. 더 열심히 뛰게 된다. 최대한 많이 사진도 찍어드리고 사인도 해드리고 싶다"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인기 비결'을 묻자 수줍게 "잘 모르겠다"고 웃었다. 이어 "학창시절에는 인기가 없었다. 솔직히 아직도 적응은 안 된다. 제가 관중석을 쳐다보면 막 소리를 치면서 좋아하시는데 그게 가장 적응이 안 된다"고 했다. 최윤겸 감독은 "문환이가 워낙 성실하다. 주변 사람들에게도 밝은 에너지를 전한다. 팬들 역시 그 기운을 알고 문환이를 좋아해주시는 것 같다"고 했다.
김문환은 아시안게임 이후 A대표팀에도 이름을 올렸다. 조금씩 영역을 넓히고 있다. 붙박이 이 용(전북)의 백업으로 자리매김하는 모습이다. 파나마전에는 후반에 들어가 45분을 뛰기도 했다. 김문환은 "대표팀에 가면 확실히 배우는 게 많다. 경기에 나가지 않아도 형들이 뛰는 모습을 보면 도움이 된다. 전체적으로 개인 능력이 우수하고 경기 템포도 빠르다. 큰 경험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용이형을 보고 정말 많이 배운다. 정말 좋은 선수라는 것을 느낀다. 공격할 땐 빌드업이 진짜 좋다. 패스길을 보는 시야가 대단하다. 크로스도 좋다. 수비 능력도 좋아서 사이드백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공부하게 됐다"고 했다.
소속팀에 돌아온 김문환은 팀의 승격을 향해 매진하고 있다. 부산은 이날 대전을 1대0으로 꺾고 4연승을 달렸다. 2위 성남(승점 56)과의 승점차도 2로 줄였다. 선두 아산이 선수 수급 문제로 내년 시즌 리그 참가가 불투명한 가운데, 2위가 다이렉트로 K리그1 승격할 가능성이 높다. 김문환은 "4연승에 성공해 선수들이 자신감을 갖고 남은 경기를 치를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대표팀과 달리 소속팀에서 측면 공격을 주로 보는 김문환은 "팀을 위해서는 어떤 역할도 소화해야 한다. 감독님의 주문에 따라 움직이는데 어딜가도 잘해야 한다"고 의젓하게 말했다.
대전=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