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um App

Experience a richer experience on our mobile app!

[핫포커스]야구계 대규모 방출릴레이 속을 되돌아볼 때다

by

페넌트레이스가 끝나고 가을 축제가 한창이지만 한쪽에선 때이른 '삭풍(?)'이 몰아치고 있다. 대규모 인원감축. 많은 선수들이 유니폼을 강제로 벗게 됐다. 팀성적 부진이 선수단 정리규모를 키웠지만 이는 일부 팀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좀더 넓게 보면 KBO리그 전체에 위기감이 팽배해 있다고 봐야 한다. 구단들이 선수단 정리 규모를 확대하는 첫번째 이유는 비용절감이다. 이같은 긴축재정 분위기는 천문학적 돈전쟁이 예고되고 있는 올겨울 FA시장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위기 상황에서 프로야구의 가치를 드높이는 선수들의 자성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선수단 정리는 시즌 종료 뒤 늘 있는 일이다. 하지만 올해는 그 규모가 매우 크다. 구단들의 인내심이 바닥을 향하고 있음이 드러난다. 성장 가능성, 재기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되면 가차없이 내친다. 구단간 모종의 공감대 형성에 대한 의구심도 생긴다.

KIA 타이거즈는 김진우를 비롯해 14명을 방출했다. 곽정철 김종훈 이윤학 정윤환 윤희영 박희주(이상 투수), 권유식(포수), 박효일 오상엽 김성민(이상 내야수), 이영욱 이호신 김다원(이상 외야수) 등을 전력 외로 분류했다.

삼성 라이온즈는 무려 17명을 방출했다. 장원삼 배영섭 조동찬 박근홍 김기태 백상원 등 1군을 경험한 선수들도 대거 포함됐다.

KT 위즈 역시 이진영이 은퇴하고 오정복 김동욱 전민수 박기혁 김사율 등에 전력 외 통보를 했다. 나머지 팀들도 조만간 또는 포스트시즌이 끝나면 선수단 정리 작업을 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흐름을 감안하면 구단들이 더 냉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KBO(한국야구위원회)와 10개 구단은 최근 프로야구선수협회(이하 선수협)에 FA상한제(최대 4년 80억원)를 제안했다. 이를 받아들이면 선수협이 원했던 FA등급제와 FA자격취득연수를 1년 줄여주겠다고 했다. 선수협은 거부했다. 협상은 결렬됐지만 각 구단은 이에 그치지 않고 올해부터 FA계약을 투명하게 공개하기로 했다. 대리인제도(공인 에이전트) 시행 첫해에 구단들은 돈을 아끼기 위해 긴박하게 움직이고 있다. FA광풍이 일시에 잠잠해질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프로야구 총관중은 지난해 840만에서 올해 807만으로 4% 감소했다. 대표선수 선발 물의와 아시안게임 리그중단 여파가 있었지만 성장세는 주춤하고 있다. 야구계 자성 목소리도 크다.

허구연 해설위원은 "수년째 호황을 누려온 프로야구 인기가 정점인 시기다. 언제 다시 팬들이 사랑을 거둬들일지 모른다. 지금은 야구계가 정신차려야 할 때다. 청년실업 등 상실감을 느끼는 국민들이 많은데 많은 연봉을 받는 프로야구 선수들이 선행에 앞장서야 한다. 선수협 차원에서 자선기금 펀드를 운용하는 등 받은 사랑을 사회에 환원하는 제도 수립도 시급하다. 더이상 성추문 음주운전 등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물의를 일으켜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또 "정부가 추진중인 예체능 병역특례 개선은 사실관계를 떠나 야구가 대중의 분노를 키웠다. 야구 때문이 아니라 시기적으로 병역특례에 대해 바람직한 방향으로의 개선을 꾀하고 있었다고 해도 결과적으로 야구로 인해 가속페달을 밟는 모양새다. 이에 대해 야구계는 미안한 마음을 가져야 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