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뒤의 찬스'라는 야구 속설은 특히나 흐름이 중요한 포스트시즌에서 잘 들어맞는다. 치명적인 실점 위기를 넘긴 넥센 히어로즈가 손쉽게 선취점을 뽑았다.
넥센은 19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의 준플레이오프(5전3선승제) 1차전에서 3회말 위기를 맞았다. 한화는 3회말 선두타자 최재훈의 우전안타와 후속 정은원의 볼넷으로 무사 1, 2루 찬스를 잡았다. 타순은 1번 정근우로 이어졌다. 황금같은 한화의 득점 찬스였다.
제구력이 살짝 흔들렸던 넥센 외국인 선발 에릭 해커는 위기 앞에서 집중력을 발휘했다. 까다로운 정근우를 삼진으로 잡으며 기운을 차린 해커는 계속해서 이용규를 우익수 뜬공, 제라드 호잉을 삼진으로 잡으며 자신이 만든 위기를 끝냈다.
이렇게 넥센이 위기를 벗어나자 흐름이 바뀌었다. 곧바로 이어진 4회초 공격. 선두자타 제리 샌즈가 큼직한 좌중간 2루타를 치고 나갔다. 이어 타석에는 4번타자 박병호가 나왔다. 1회 첫 타석에서 한화 선발 데이비드 헤일에게 좌익수 뜬공으로 물러났던 박병호는 두 번째 타석에서 자신의 진가를 발휘했다. 볼카운트 1B1S에서 3구째 투심 패스트볼(시속 147㎞)을 잡아당겨 좌측 담장 뒤로 날려버린 것. 결국 넥센이 2-0으로 먼저 기선을 잡았다.
다만 이후 김하성의 안타로 된 무사 1루 찬스를 더 살리지 못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임병욱이 삼진을 당하는 사이 2루로 스타트를 끊었던 김하성은 1-2루 사이에서 협살에 걸려 아웃됐다. 후속 김민성도 유격수 땅볼로 물러나 추가점을 내지 못했다.
대전=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