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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내세요!" 편지와 장미꽃, 그라운드에 핀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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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우리랑 오래오래 행복하게 사세요!'

한 글자 한 글자 꾹꾹 눌러쓴 (김)현서군(11)의 손편지에는 엄마를 향한 진심이 담겨있었다.

'축구꿈나무' 현서에게는 요즘 큰 걱정이 있다. 엄마의 건강 문제다. 현서의 어머니, 유영진씨(40)는 지난해부터 병마와 사투를 벌이고 있다. 방사선 치료만 20회 이상 받았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힘겨운 싸움이다. 그런 엄마를 바라보는 현서의 마음도 아프다. 현서는 엄마를 웃게 하기 위해 훈련에 더욱 몰두하고 있다. 손흥민 형처럼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축구 선수가 되는 것이 꿈이다.

현서의 속 깊은 행동, 엄마는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고맙고 또 한편으로는 미안하다. "아들이 셋이에요. 둘째 현우(13)와 막내 현서가 축구를 하고 있어요. 아이들을 따라다니면서 이것저것 챙겨줘야 하는데,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어요. 미안하죠."

엄마를 위하는 현우와 현서, 형제를 응원하는 엄마. 모자의 애틋한 마음에 태극전사들도 동참했다. A대표팀 선수들은 우루과이전이 열린 12일 현서 형제와 엄마를 위해 특별한 이벤트를 준비했다. 대한축구협회가 준비한 희망 하이파이브 행사를 통해서였다. 태극전사들은 경기 전 몸 풀기 시간에 빨간 장미꽃, 그리고 희망을 가득담은 하이파이브로 현서 형제에게 기운을 '팍팍!' 불어넣어줬다.

롤모델 손흥민을 직접 만난 현서는 얼떨떨한 눈치였다. 현서는 "손흥민 형이 무슨 얘기를 해줬는데, 잘 기억이 나지 않아요. 솔직히 너무 깜짝 놀랐어요"라며 머리를 긁적였다. 하지만 확실히 기억하는 한 가지는 있었다. "힘내!"

현우는 "기성용 형, 이승우 형이 엄마에게 힘내시라는 얘기를 했어요. 석현준 형은 저와 동생에게 '(축구)열심히 해'라며 토닥여줬고요. 정말 감사합니다"라며 감격스러워 했다.

사실 몸이 불편한 엄마 입장에서는 서울월드컵경기장에 오는 것 자체가 힘겨운 도전이었다. 장흥에서 5시간 동안 버스 타고 서울로 이동한 뒤, 택시를 타고 경기장까지 가까스로 왔다. 장거리 여정의 피로감을 이겨낼 수 있었던 것은 오직 희망을 향한 믿음이었다.

"치료가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황이에요. 그래도 아이들이 있어서 버틸 수 있어요. 다만, 아이들이 축구를 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지 못해 너무 미안해요. 하지만 아이들이 희망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이렇게 국가대표 선수들과 만나 희망을 얻어서 더 기뻐요. 희망을 준 국가대표 선수들께 너무너무 감사합니다."

엄마의 진심을 들은 무뚝뚝한 둘째 현우는 말 대신 짧은 편지로 사랑을 전했다.

'엄마, 제가 초등학교 때는 말을 잘 안 들어서 죄송해요. 하지만 중학교 올라가서는 저도 효도 많이 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그리고 축구선수가 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어요. 앞으로는 효도 많이 하고, 기도도 많이 할게요. 우리랑 오래오래 살아요. 사랑해요.'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