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위. 기뻐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울 수도 없는 애매한 위치.
KT 위즈의 시즌이 끝났다. KT는 13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최종전에서 4대3으로 승리하며 최종 9위를 확정지었다. 1군 4시즌 만에 처음으로 10위에서 벗어나는 감격(?)을 누렸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시즌이다. 선수 영입에 투자도 많이하고, 구단 내부적으로도 5할 승률에 5강 싸움을 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 휩싸였다. 하지만 시즌 중반부터 처지기 시작했고, 어느새 목표는 5위가 아닌 탈꼴찌에 맞춰졌다.
그 과정에서 흉흉한 소문도 많이 돌았다. 계약 기간이 1년 더 남은 김진욱 감독이 위태하다는 얘기부터, 많은 야구인들이 KT 감독-단장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물밑 작업을 하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선수단이 시즌 막판 흔들리지 않을 수 없었다.
만약 4년 연속 꼴찌를 했다면 감독을 떠나 주요 프런트 등 많은 사람들이 위험해질 뻔 했다. 하지만 일단 탈꼴찌에 성공을 했으니, 마냥 비판을 하기에도 애매한 상황이다. 그렇다고 만족을 할 수도 없다. NC 다이노스가 너무 형편 없는 시즌을 보내 꼴찌를 면했을 뿐이지, KT의 전체 시즌 행보도 사실상 꼴찌나 다름 없었다. 9위라는 건 형식적 허울일 뿐이다.
KT 수뇌부가 어떤 방향으로 시즌을 돌아보고, 어떤 방향으로 미래에 대한 준비를 할 지 중요해졌다. 계속되는 부진이 현장의 문제인지, 아니면 프런트쪽의 문제인지 냉철히 따져보는 과정이 필요하다. 김진욱 감독의 계약 기간을 채워줄거면, 코칭스태프 선임 등에 있어 확실하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 만약, 감독을 교체하고자 한다면 모든 책임을 감독에게만 묻는 게 아니라 구단 운영 시스템적으로 부족한 원인이 무엇인지도 함께 책임을 물어야 한다. 여지껏 제대로 된 간판스타 1명 키우지 못한 KT다. 강백호가 나오지 않았냐고 한다면, 강백호는 KT가 키운 게 아닌 원래 잘할 선수가 들어온 것일 뿐이다.
1군과 2군 사이 커뮤니케이션도 가장 안되는 구단으로 KT가 꼽힌다. 안그래도 1군에 선수가 부족한데, 2군에서 튀어나오는 선수가 없으니 긴 시즌 힘싸움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