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농구계 관계자들은 남북 교류가 농구 발전의 계기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8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4회 스포츠조선 한국농구발전포럼 참가자들은 이날 1부 순서로 마련된 '농구, 남북 교류에서 희망을 찾자'에서 그동안 이어진 남북 교류 과정과 효과, 풀어야 할 문제점, 나아가야 할 방향 등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남북 교류가 장기적으로 여자 농구 전체의 발전 뿐만 아니라 규모도 성장시킬 수 있을 것이란 것엔 이견이 없었다. 김일구 WKBL 마케팅팀장은 "수준 높은 북한 여자 농구팀이 WKBL팀들과 겨루는 무대가 마련된다면 '남북전'이라는 흥미로운 컨텐츠를 갖출 수 있게 되는 것"이라며 "선수, 팀을 통해 북한 농구 문화 뿐만 아니라 여러가지 이슈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짚었다. 정장훈 아산 우리은행 사무국장 역시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맹활약했던 로숙영, 장미경 같은 선수들을 보유하게 된다면 각 팀의 전력이 충분히 향상되고 선수층 강화 효과도 나타날 것이다. 이를 통해 여자 농구의 중장기적인 발전도 도모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성문정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 수석연구원은 "지금처럼 남북 교류가 이질감 없이 일상화된 것은 아마 건국 이후 처음일 것"이라며 "언제 이런 호기가 올지 모르겠다는 상황이다. 이 기회를 잘 이용했으면 한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교류의 물꼬를 트는게 우선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 아시안게임에서 단일팀 실무를 맡았던 이해돈 문화체육관광부 국제체육과장은 "2000년대 초중반 조선적을 가진 북한 대표선수들의 K리그 참가 사례가 있지만, 북한 국적 선수들이 국내 리그에 참가하는 문제는 남북교류협력법 뿐만 아니라 출입국법, 세법, 신분-통행-통신 보장 등 풀어야 할 문제가 굉장히 많다"며 "관련법을 구체적으로 검토하고 교류에 필요한 제도를 만들어야 하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성문정 수석연구원은 "지난 평창동계올림픽 당시 단일팀이 구성된 여자 아이스하키의 경우, 유엔 제재로 인해 북한 선수들에게 용품 지원이 되지 않은 바 있다. 이탈리아 의회에선 자국 리그 소속팀에서 뛰는 한광성의 연봉이 북한 정부 쪽으로 흘러들어가는 것에 대해 제재 위반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며 "정부 법령을 풀어 교류안을 마련해도 국제 사회에서의 해결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농구계에서 제도적 정비를 통해 교류 준비를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김일구 팀장은 "그동안 정부 주도로 교류가 이어져왔지만, 연맹 차원에서 행정적 역할을 잘 해야 할 것 같다"며 "지속적인 체계적인 교류와 남북 양 단체간 상시적 교류도 이뤄져야할 것"이라고 했다. 정장석 국장은 "선수 수급에 있어 모든 구단이 윈-윈할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이해돈 과장은 "태권도의 경우, 오래전부터 남북의 양 단체가 굉장히 많은 교류를 하면서 협회 자체적인 소통의 창구가 열렸고, 함께 진행하는 사업도 굉장히 많다. 이런 부분을 잘 참고해 볼 만하다"고 지적했다.
참가 패널들은 어렵게 되살린 남북 교류의 불씨를 이어가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이해돈 과장은 "현 상황에서는 당국자들의 의지와 지원 없이는 남북 교류가쉽지 않은게 현실"이라면서도 "남북 간 접촉 기회, 경험 속에 쌓이는 신뢰가 교류의 동력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성문정 수석연구원은 "그동안 남북 교류는 모두 정부간 이해에 맞춰 이뤄지다보니 일회성에 그치는게 대부분이었다"며 "FIBA 등 국제 기구를 통한 교류를 통해 양 단체간 교류가 활발해지는게 중요하다. 장기적 안목에서 점진적인 교류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했다. 김일구 팀장은 "그동안 농구 교류 속에 과연 농구인들이 능동적인 역할을 했는지 오늘 다시 생각해보게 됐다"며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밝혔다. 정장훈 국장은 "구단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지속가능성"이라며 "장기적 비전을 갖고 접근하는게 중요하다. 정치적 도구가 아닌, 스포츠 자체로의 교류를 이어갔으면 한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