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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는 대표팀 논란, '관습'과 '특혜 혐오'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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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대표팀에 대한 논란이 여전히 식을 줄을 모른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지난 5일 '2018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 대표팀을 준비하고 마칠때까지 국민들이 보내주신 격려와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는 내용의 보도 자료를 보냈다. 엔트리 발탁 기준 논란과 몇몇 선수들의 병역 특혜 논란이 사그라들지 않자, 협회 차원에서 처음으로 공식적인 입장을 밝힌 것이다.

몇몇 선수들, 특히 LG 트윈스 오지환은 대회가 끝난 지금도 팬들의 폭격을 받고있다. 오지환은 대표팀 소집 이후부터 대회 기간 내내 언론과의 인터뷰를 한차례도 하지 않았다. 괜히 더 오해를 살 수 있기 때문에 조심하는 차원이었다. 물론 인터뷰 요청은 계속 이어졌다. 소속팀으로 복귀한 이후에도 첫날인 4일에는 인터뷰를 하지 않다가, 지난 5일 수원 KT 위즈전이 끝난 이후에는 더이상 거절할 수 없는 상황이라 인터뷰에 응했다. 예상했던대로 인터뷰에 대한 팬들의 반응은 여전히 좋지 않다. 인터뷰를 한다는 자체만으로 비난하는 댓글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팬들의 반응 자체를 전혀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오지환 그리고 함께 거론되는 삼성 라이온즈 박해민의 경우, '미운 털'이 박힌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1년여 전부터 '아시안게임을 노리고 군 입대를 미룬다'는 이야기가 나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표팀 발탁 자체가 더욱 주목 받았다. 이들이 시즌 내내 맹활약을 펼쳐 대표팀 합류에 이견이 없으면 더 좋았겠지만, 성적에 대한 아쉬움도 있었기 때문에 반발 여론이 컸다. 또 선수들을 직접 뽑은 대표팀 코칭스태프의 설명이 명확하지 않고, 팬들을 설득시키지 못한 것 역시 명백한 잘못이다.

지금의 성난 여론은 특혜에 대한 혐오에 가깝다. 최순실 일가의 국정 농단 사태 이후 국민들은 '특혜'에 대한 알러지 반응을 보인다. 이들이 프로야구 선수가 아니었다면, 평범한 청년이었다면 이런 제도를 통해 병역 특혜 자체를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물론 금메달을 땄기 때문에 가능한 특혜지만) 특권층에 대한 거부감으로까지 연결된다. 특권층이 특혜를 받는 것은 국민들이 늘 감시하고, 경계해야 할 부분인 것은 분명히 맞다. 그러나 제도 자체에 대해 비난하고, 수정을 요구하는 것이 우선이다. 오로지 조롱과 혐오 자체에만 몰두하면 본질이 흐려질 수 있다.

재미있는 사실은 특혜의 기준도 여론이 결정한다는 사실이다. 축구 대표팀 손흥민 역시 이번 아시안게임 전부터 군 문제가 최대 화두였다. 그리고 축구 대표팀 역시 금메달을 따면서 선수단 대부분이 병역 혜택을 받게 됐지만, 누구도 이들을 비난하거나 특혜를 받았다고 말하지 않는다. 손흥민은 해외 리그에서의 활약이 워낙 출중해 팬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고, 축구 대표팀이 아시안게임에서 보여준 경기력 역시 기대 이상이었다는 평가 때문이다. 물론 참가팀 중 만만치 않은 경쟁팀들이 포진했던 축구와 달리, 야구는 우승을 하지 못하면 이상할만큼 객관적인 전력 차이가 컸던 터라 억울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KBO도 대처가 늦었다. 1998 방콕 아시안게임 이후 20년 가까이 아시안게임 우승이나 올림픽 메달을 획득한 선수들은 대부분 병역 혜택을 받았다. 과거에는 국가대표에 대한 국민들의 절대적인 지지와 응원이 주를 이뤘기 때문에, 국제 대회 출전은 곧 국위 선양이라는 인식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이제는 인식 자체가 바뀌었다. 그동안 병역 혜택을 받았던 선수들은 매 대회마다 적지 않은 숫자였다. 그러다 2014 인천 아시안게임때부터 몇몇 선수들에 대한 자격 논란이 불거지다가, 이번 대회에서 대폭발 했다.

대표팀 뿐만 아니라 야구계 주요 관계자들 대부분이 '대회를 잘마치면 비난 여론도 수그러들 것'이라는 생각을 했을 수 있다. 그동안의 사례에서도 비슷한 절차를 밟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팬들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출발한 대표팀이 아시안게임 첫 경기에서 전력 차이가 큰 대만을 상대로 졸전을 펼치다 패하면서, 응원의 목소리마저 잃은 것이 사실이다.

KBO가 발표한 내용에는 2022 항저우 대회부터 정규 리그 중단을 하지 않겠다는 것 외에 특별한 대책이 담겨있지는 않다. 민심 달래기가 우선이다. 한국야구의 국제 경쟁력을 위해 어떤 방법을 찾을 수 있을지, 그동안의 관습에서 탈피한 대책이 필요하다.

그리고 선수들에 대한 도 넘은 조롱도 이제는 멈춰야 할 때다. KBO가 변화를 선언한만큼, 어떤 방향으로 가는 것이 옳은지 모두가 이성적으로 머리를 맞대야 한국야구가 발전할 수 있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