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유도대표팀 비주얼 담당 곽동한 선수입니다."
2일 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공항 출국장에서 마주친 안정환 유도대표팀 코치는 '90㎏ 금메달리스트' 곽동한(26·하이원)을 이렇게 소개했다.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에서 남자유도 개인전 금메달, 단체전 동메달을 따내고 금의환향하는 길이었다. 곱상한 외모에 조용한 말투, 책읽기를 즐긴다는 이 청년, 매트에만 들어서면 눈빛이 돌변한다. 호쾌한 업어치기 한판승이 그의 전매 특허다. "유도는 한판이죠"라며 웃는다. '반전 있는 선수'라는 말이 싫지 않은 듯 미소 지었다.
곽동한은 포항 동지중 1학년 때 처음 유도의 길에 들어섰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 이원희가 한판승 릴레이로 금메달을 따는 장면을 본 후 유도의 매력에 빠졌다. "그냥 멋있었다"고 했다. 2012년 스무살의 나이에 대선배 송대남의 파트너로 런던올림픽에 동행했다. 세계랭킹 1위로 출전한 2016년 리우올림픽, 강력한 금메달 후보로 기대를 모았지만 동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16년만의 노골드로 팬들의 질타를 받았다.
2년만의 종합대회, 자카르타아시안게임에서 그는 이를 악물었다. 매경기 승승장구했고, 보란 듯이 정상에 섰다. "리우올림픽의 시련이 내겐 힘이 됐다. 큰 무대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이번에는 좀더 자연스럽게 내 경기를 할 수 있었다"고 했다. 1회전을 부전승, 2회전 대만의 센차오엔을 허벅다리걸기 한판승으로 이겼다.
일본이 자랑하는 리우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베이커 마슈와의 준결승전은 명불허전이었다. 적극적인 공세로 상대를 몰아붙이더니 지도 3개를 이끌어내며 반칙승했다. "아시안게임을 준비하면서 베이커를 중점적으로 생각하고 훈련했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이기도 하지만 유도 자체가 까다롭다"고 했다. 결승에선 몽골의 알탄바가나 간툴가를 상대로 2분23초만에 전광석화같은 소매 들어 업어치기 한판승으로 금메달을 따냈다. "어려운 경기가 될 줄 알았는데…"라며 웃었다. 한여름 폭염을 날리는 시원한 승리였다. "시합이 잘될 때도, 잘 안될 때도 있는데 이번 아시안게임에선 준비한 대로 모든 것이 잘 풀렸다"며 흡족해 했다.
곽동한은 고등학교 이후 일관되게 90㎏의 체중을 유지하고 있다. 체중 감량 때문에 고통 받는 유도선수들도 많다. 곽동한은 일상 체중이 경기 체중이다. 안정환 코치는 "유도선수로서 축복받은 것"이라고 귀띔했다. 곽동한의 금메달은 타고난 체격조건, 운동신경에 철저한 자기관리와 피나는 노력이 더해진 결과다. 상대의 깃을 잡고, 상대의 손을 뿌리치느라 손마디가 다 튕겨져나간 울퉁불퉁한 손이 그간의 노력을 증명한다.
곽동한은 2015년 카자흐스탄 아스타나 세계선수권 금메달리스트, 2015년 쿠웨이트아시아선수권 금메달,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단체전 금메달, 2018년 자카르타아시안게임 개인전 금메달을 휩쓸었다. 전세계 유도선수들의 꿈인 그랜드슬램(올림픽, 세계선수권, 아시안게임, 아시아선수권 1위)까지 딱 한 발걸음을 남겨두고 있다. 도쿄올림픽 금메달이 간절한 이유다.
최고의 순간은 아직 오지 않았다. 2년 전 리우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목에 건 그는 2년 후 '적지'도쿄에서 열리는 올림픽에서 생애 최고의 순간을 꿈꾸고 있다. 이제 다시 시작이다. 3주 후 세계선수권이 시작된다. "하루 이틀 정도 몸조리하고, 다시 운동을 시작해야 한다"고 했다. "한국에 가면 1박2일 외박을 받는다. 포항집에 달려가서 엄마 목에 금메달을 걸어드리고 싶다"며 웃었다. 자카르타=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