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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전]군문제 해결한 손흥민, 이제 월드클래스 길만 걸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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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걸림돌까지 넘었다. 이제 아무 걱정없이 '월드클래스'로 향하면 된다.

5전6기였다. 손흥민(토트넘)이 마침내 웃었다. 한국은 1일 오후 8시30분 인도네시아 보고르 파칸사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일본과의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남자축구 결승전에서 연장 전반 3분 터진 이승우(헬라스 베로나)와 연장 전반 10분 황희찬(잘츠부르크)의 연속골로 2대1로 이겼다. 손흥민은 이번 대회 내내 최고의 리더십을 과시했다. 주연이 아닌 조연을 자처하며, 후배들을 이끌었다. 그에게 기대했던만큼의 골은 아니었지만, 도움, 수비, 헌신 등더 많은 것을 팀에 줬다. 금메달을 목에 걸 자격이 충분했다.

사실 이번 대회는 '아시안게임 2연패'보다 '손흥민의 군면제' 여부에 더 큰 관심이 쏠렸다. 손흥민은 의심할 여지없는 한국 스포츠 최고의 스타다. 매 시즌 두자릿수 득점에 성공하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의 최정상급 윙어로 성장했다. 몸값도 1000억원을 넘었다. 맨유 등 빅클럽의 손짓을 받고 있다. 향후 더 큰 선수로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병역 문제를 해결한다는 전제에서다.

그래서 이번 아시안게임이 중요했다. 이번 아시안게임은 손흥민이 '합법적'으로 군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기회였다. 손흥민은 1992년 7월생이다. 만 26세다. 국외에서 활동 중인 손흥민이 마지막으로 병역을 연기할 수 있는 만 27세까지 채 1년도 남지 않았다.

만약 금메달 획득에 실패할 시 손흥민이 택할 수 있는 선택지는 많지 않았다. 일단 군팀 혹은 경찰팀으로의 입단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17세 때 일찍 독일로 축구 유학을 간 손흥민의 최종 학력은 중졸(고교 중퇴)다. 4급 보충역(사회복무요원)에 해당된다. K리그1 소속의 상주 상무(군팀)나 K리그2의 아산 무궁화(경찰팀)는 현역 입영 대상자만이 갈 수 있다. 손흥민이 상주나 아산에서 뛰려면 검정고시를 통과해야 한다. 학력이 충족됐다 해도 바로 상주나 아산에 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규정상 K리그에서 뛰고 있는 선수만이 상주나 아산에 지원을 할 수 있다. 김민우 이명주 윤빛가람 등 해외에서 뛰던 선수들이 만 26세에 K리그에 복귀하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1년도 남지 않은 지금, 게다가 시즌이 시작된 지금, 손흥민이 검정고시를 치르고 K리그로 이적하는 것은 시간적으로, 상황적으로 불가능했다.

물론 영주권을 받는 방법도 있다. 영주권은 시민권과 개념이 다르다. 대한민국 국민이면서 외국에 살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한다. 영주권자의 경우 37세까지 병역 연기가 가능하다. 17세부터 독일에서 뛰었던 손흥민은 독일 영주권을 받을 수 있다. 손흥민의 영주권 신청 여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문제는 정서다. 대한민국 사회에서 군문제는 대단히 민감한 사안이다. 물론 현재 분위기는 손흥민의 병역 특혜에 대해 호의적이다. 국민청원사이트에 손흥민 병역과 관련된 청원만 61건이다. 네티즌들은 '대신 군대를 가겠다', '이민가도 용서해주겠다'고 하고 있다. 하지만 막상 손흥민이 영주권을 취득하고 병역을 외면했을때, 후폭풍은 감당하기 어렵다. 대중의 시선은 한순간에 바뀔 수 있다.

현실적인 방법은 K3리그 뿐이었다. 병역이라는 신성한 의무 앞에 예외는 없다. 축구를 하면서 병역을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K3리그다. K3리그는 4급 보충역도 뛸 수 있다. 정 운 한교원 등이 K3리그에서 군문제를 해결했거나, 하고 있다. K3리그는 최근 들어 수준이 높아졌다고는 하지만, K리그2 보다도 한참 아래인, 아마추어 무대다.

손흥민이 K3리그에 입성할 경우, 포기해야 하는 것이 한두개가 아니었다. 가장 드라마틱한 변화는 '돈'이다. 'K3리거' 손흥민은 기본 월급이 30만원이다. 진급에 따라 올라갈 수 있지만, 그 폭은 크지 않다. 훈련수당과 승리수당 등 각종 수당을 합쳐봐야 100만원 정도다. 군인 신분으로 광고 등 영리계약을 할 수 없는만큼, 대표팀 수당 등을 더해도 복무기간(21개월) 동안 벌 수 있는 금액은 6000~7000만원 정도다. 손흥민이 현재 토트넘에서 받는 주급도 안된다.

2023년까지 재계약을 맺은 손흥민의 주급은 8만5000파운드(약 1억2285만원)다. 토트넘에서도 손꼽히는 주급이다. 복무기간으로 환산하면 110억원 이상이 되는 돈이다. 폭발적인 활약으로 인상된 금액으로 재계약을 하거나, 혹은 빅클럽으로 이적을 할 경우, 이 금액은 더욱 올라갈 수 있다. 여기에 스폰서, 광고계약 등으로 벌어들일 돈까지 더하면 그야말로 천문학적인 금액이 될 수 있다.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선수 경력이다. K3리그로 올 경우, 경력이 단절이 찾아올 수 있다. 무서운 상승세도 꺾일 수 밖에 없다. 과거 군입대를 통해 새로운 전기를 맞았던 차범근, 이동국 사례도 있다. 하지만 이는 완전 다른 이야기다. 차범근과 이동국은 그래도 한국축구에서 가장 큰 무대에서 뛰며 감각을 유지했다. 한국축구 역사상 최고의 선수가 될 수 있는 손흥민을 묶어두기에는 K3리그는 너무 수준이 낮은 리그다.

손흥민은 이번 금메달로 고민을 말끔이 씻었다. 병역의 굴레에서 벗어났다. 유럽에서 선수생활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한국 역대 최고의 선수를 넘어 아시아 역대 최고의 선수로 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이미 월드클래스 문턱까지 온 손흥민이다. 지금까지 보여준 성장세라면 빅클럽으로의 이적도 꿈이 아니다. 병역 혜택이라는 날개를 단 손흥민의 행보에 더 관심이 모아진다. 그래서 의미있는 금메달이다.

보고르(인도네시아)=선수민 기자 sunso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