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판이 도와주려는 마음이 있었던 것같다."
안창림과 11분 연장 대혈투끝에 석연치 않은 절반승으로 금메달을 따낸 '일본 최강자' 오노 쇼헤이가 경기후 자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
30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컨벤션센터(JCC)에서 펼쳐진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유도 남자 73kg급 결승전 판정 논란 직후다. 이날 안창림과 오노는 연장 7분을 포함, 무려 11분의 대혈투를 펼쳤다. 0-0, 팽팽했던 4분 정규경기는 연장 골든스코어로 돌입했다. 승부는 좀처럼 나지 않았다. 수비적인 자세를 취한 오노가 지도를 하나 더 받았다. 안창림은 더 공격적으로 나섰다. 연장 4분30초를 넘어서자 두 선수 모두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연장 5분 안창림이 지도를 받았다. 지도 2-2의 상황, 좀처럼 승부를 가리기 힘들었다. 연장 7분을 넘어서는 대혈투, 안창림과 오노가 한차례 격돌한 후 심판이 갑자기 경기를 중단하더니 비디오 판독 끝에 안창림의 절반패를 선언했다. 오노의 공격을 되치기하려던 안창림의 오른 어깨가 매트에 닿았다고 판단했다. 석연찮은 '절반' 선언에 경기장엔 야유가 쏟아졌다. 심판들이 비디오 판독을 진행하는 동안 관중석에선 "코리아! 코리아!" "페어플레이!" 함성이 울려퍼졌다. 믹스트존에서 만난 안창림은 "심판이 어깨가 닿은 것으로 판단한 것 같다. 운이 따르는 것도 잘하는 선수에게 따르는 것이다. 억울하지만 받아들여야 한다"고 했다. 오노와 나란히 선 시상대에서 안창림은 단 한번도 고개를 들지 않았다. '승자'인 오노의 표정도 잔뜩 굳어 있었다. 은메달을 목에 거는 순간, 안창림은 복받친 울음이 터졌다. 일본 국가 기미가요가 흐르는 내내 눈물은 멈추지 않았다.
석연찮은 절반 판정은 두고두고 논란이 됐다. 마지막 1%까지 쏟아내고자 했던 유도 사나이들의 승부는 '강제종료'됐다. 리우올림픽 챔피언, 일본 유도의 자존심인 오노로서도 개운치 않은 승리였다. 오노는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10분이고 20분이고 싸워보자고 생각했다. 연습의 질과 양에서 절대 지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이 경기에 패하면 도쿄올림픽에 나가지 못할 수도 있다는 강인한 마음가짐으로 경기에 임했다"고 밝혔다. 오노를 상대로 4전4패를 기록중이었던 도전자 안창림 역시 누구보다 절실하게 준비했고 간절하게 경기에 임했다.
11분의 대혈투, 흥미진진한 한일 에이스들의 끝장승부를 망친 건 매트 밖 판정이었다. 선수들은 멋진 승부를 가릴 기회를, 팬들은 유도의 매력을 만끽할 기회를 박탈당했다.
외부의 석연찮은 개입으로 인해 끝까지 실력을 겨루지 못했다. 패한 자는 억울했고, 이긴 자 역시 행복하지 않았다.
비디오 검증 결과 절반이 인정된 미묘한 상황에 대해 오노는 "심판이 도와주려는 마음이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솔직히 말했다. 코세이 이누에 일본남자대표팀 감독 역시 "오늘 이런 식의 결말은 아쉽다. 안창림을 보면서도 우울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오늘 경기는 이번 대회를 통틀어 가장 멋진 전투가 될 수 있었다. 비록 이겼지만 이런 예기치 않은 결과에 대해서는 그도 만족하지 않는 것같다"고 꼬집었다. 자카르타=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