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회 참가 3년 만에 처음 우승을 차지해 정말 기쁘다."
박정환-최정 페어가 세계 최강의 '바둑 혼성 복식조'에 등극했다.
21일 일본 도쿄 시부야의 세루리안타워 도큐 호텔에서 열린 '세계 페어바둑 최강위전 2018' 최강위 결정전에서 박정환-최정 페어는 '디펜딩 챔피언'인 중국의 커제-위즈잉 페어에 183수만에 흑 불계승을 거두고 대회 참가 3년 만에 첫 패권을 거머쥐었다.
박정환-최정 페어는 2016년 이 대회 4강에서 커제-위즈잉 페어와 붙어 패한 바 있다. 당대의 라이벌을 상대로 2년 만에 깔끔한 설욕전을 펼쳐 기쁨이 두 배였다.
출발부터 순조로웠다. 대국 직전 연습했던 포석이 그대로 재현되어 초반을 편하게 시작한 것.
분위기를 타고 중반 좌상에서 대마를 낚아 검토실 분석 결과 10집 이상 리드를 유지했다. 하지만 이후 양보를 거듭해 형세가 미세해졌으나 중국의 위즈잉 7단이 커제 9단에게 '패스'하기 위해 둔 수(백 182)가 완벽한 착각이어서 거기서 그만 경기가 끝났다.
우승을 확정한 후 박정환 9단은 "파트너가 최강의 여자 기사라 마음 편히 두었다. 3년 째 짝을 이루어서 호흡이 잘 맞았다"고 말했고, 최정 9단도 "박정환 9단이 배려를 많이 해줘서 편하게 둘 수 있었다. 저희가 중국팀보다 서로에 대한 믿음, 배려가 강해 승리한 것 같다"고 호응했다. 최정 9단은 "이틀에 4판을 두어서 체력적으로 힘들기는 했지만 경기감각을 유지하는데는 도움이 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
박정환-최정 페어는 20일 열린 1회전에서 일본의 다카오 신지-셰이민 페어, 본선 준결승에서 일본의 이치리키 료-후지사와 리나 페어를 꺾은 뒤, 이날 오전 열린 본선 결승에서 중국의 천야오예-루이 나이웨이 페어를 누르고 최강위 결정전에 진출했었다. 한편, 함께 출전한 한국의 신진서-오유진 페어는 1회전에서 탈락했다.
이번 대회는 한국 2페어, 일본 3페어, 중국 2페어, 대만 2페어 등 총 9페어가 출전해 8개 페어가 본선 토너먼트를 치른 뒤 '도전권'을 따낸 본선 1위가 지난해 페어바둑 세계챔피언인 중국의 커제-위즈잉 페어와 단판 타이틀 매치를 벌이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번 대회의 우승 상금은 1천만 엔(약 1억 200만원), 준우승 상금은 7백만엔이다. 경기 룰은 제한시간 없이 매수 30초 초읽기를 하며, 1분 생각시간 10회를 사용할 수 있는 TV바둑아시아선수권 방식을 적용했다. 도쿄(일본)김형중 기자 telos21@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