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랑 같이 써야하나…."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야구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선동열 감독. 대회를 앞두고 선수들 컨디션을 체크하고, 대회 구상을 하기에도 벅찬데 또 다른 고민거리가 하나 생겼다. 바로 대회 현지 선수촌 숙소 문제다.
선 감독은 일찌감치 대회가 열릴 인도네시아 현지 답사를 다녀왔다. 경기장, 선수촌 숙소 등을 꼼꼼히 점검했다. 전체적으로 열악할 거라는 건 어느정도 예상을 해 크게 놀라지 않았다. 날씨가 가장 큰 문제일 거라고 했는데 올해 한반도 폭염이 너무 심해 인도네시아 날씨는 오히려 좋게 느껴졌다고 했다.
그런데 선수촌 숙소가 선 감독을 고심하게 했다. 대회 종료 후 현지 사람들에게 분양을 하기에 실내가 매우 좁았다. 선 감독은 "건물 바깥쪽만 보면 정말 좋았다. 그런데 안은 너무 좁다. 한 5평 되는 공간에 침대 3개가 놓여있다. 선수들 가방 놓을 자리도 없겠더라. 화장실은 혼자 샤워하기도 벅차다"고 했다. 선 감독은 "키 1m84의 내가 누우면 침대가 머리 끝부터 발 끝까지 딱 맞더라. 농구나 배구 선수들은 어떻게 잘까 걱정이 된다"고 했다. 기본 시설 뿐 아니라 냉장고나 전기포트, 헤어 드라이어 등 전기 제품도 구경할 수 없었다. 야구 뿐 아니라 사격 대표팀도 답사를 다녀온 뒤 "선수촌 숙소에 냉장고가 없어 아이스박스를 가져갈 예정"이라고 했었다.
사실 선 감독은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을 위해 호텔에서 지낼 수 없느냐는 내용을 대한체육회에 건의했었다. 하지만 타 종목과의 형평성이 있기에, 선 감독도 일찍 마음을 접었다. 선 감독은 "다른 종목 선수들도 모두 선수촌을 사용하는데, 우리만 호텔을 사용하는 것도 형평성에 맞지 않으니 선수촌에서 생활하는 게 맞다"고 했다. 대신, 숙소 인근 한국인이 운영하는 목욕탕과 식당을 섭외해놨다. 먹고, 씻는 문제는 어느정도 해결할 수 있다.
1인 3실. 코칭스태프도 예외는 없다. 선 감독도 다른 코치 3명과 함께 방을 써야한다. 선 감독은 "이강철 코치와 함께 다른 1명은 누구와 써야하나. 나이로 치면 그 다음은 이종범 코치인데, 그렇게 자면 안될 것 같고 그 아래 코치를 넣어야 할 것 같다. 유지현 코치랑 자야하나 생각중이다. 아니면 정민철 투수코치를 넣어 투수진 운용 전략을 짤까"라고 말했다. 후보 중 진갑용 배터리코치 얘기는 한 마디도 안나온다는 말에 선 감독은 "거긴 사이즈가 너무 크다"고 말하며 껄껄 웃었다. 아무래도 선 감독과 이 코치와 함께 방을 쓰는 막내 코치는 무조건 '방졸' 역할을 해야 한다. 제대로 숨 쉬기조차 힘들 수 있다.
선 감독은 이 와중에도 선수들이 경기와 훈련 후 치료와 마사지를 받을 수 있도록 여분의 방 1개를 힘들게 구했다. 선 감독은 "어렵게 방을 구했지만, 24명 선수들이 원활하게 치료를 받을 수 있을 지 모르겠다"며 걱정을 드러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