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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AG]논란의 태권도 품새,대중성 증가 의미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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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술'인가, '체조'인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대표팀에 처음 금메달을 안긴 건 기대를 받았던 남자 우슈나 사격이 아니었다. 이번 대회 처음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태권도 품새' 남자 개인전에 출전한 강민성이 한국 선수단에 첫 금메달을 안긴 주인공이 됐다. 이어 한영훈-김선호-강완진의 남자 단체팀이 두 번째 금메달을 따냈다.

하지만 이런 값진 결과에도 불구하고 태권도 품새 종목은 여전히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이를 과연 '무술'로 봐야 하는가. 대중의 눈에는 무술이라기 보다는 체조에 가까워 보일 수 있다. 사실 '품새'는 대중에게 낯선 단어는 아니다. 태권도를 수련한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품새를 배운다. 입문할 때 가장 먼저 익히는 기본 움직임의 조합이며, 승급을 위한 필수 관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아시안게임에 채택된 '품새'는 대중이 아는 모습과는 달랐다. 개인전의 경우 한 무대에 두 선수가 올라 품새의 정확성과 기세를 평가받는다. 개인전 4강부터는 공인 품새(고려, 금강, 태백, 평원, 십진)와 새 품새(비각, 나르샤, 힘차리, 새별)를 1, 2라운드에 각각 나눠 펼쳐 점수를 놓고 승패를 가리게 된다. 경기가 끝나면 바로 채점 위원들이 표현력과 정확성 등의 부문을 평가해 점수를 발표한다. 체조와 흡사하다. 바로 이런 점이 논란의 핵심이다.

하지만 '품새'에는 전통적인 형태의 무술을 대중 스포츠의 영역으로 확대하고자 하는 태권도인들의 고민이 담겨있다. 특히 아시안게임이나 올림픽 등 국제 스포츠 종합대회에서 대중성을 증가시켜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절박감도 담겨 있다. 사실 이는 한국 뿐만 아니라 중국과 일본 등 고유의 전통 무술을 스포츠화시킨 나라들이 갖고 있는 고민점이기도 하다. 즉, 전통 무술을 스포츠화 시켰지만 갈수록 대중성이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종주국의 기량이 너무나 강하다는 것도 여기에 영향을 미쳤다.

흥미롭게도 이런 고민은 한국과 중국, 일본이 모두 갖고 있다. 세 나라 모두 공통점이 있다. 전통 무술인 태권도와 우슈, 가라데를 모두 스포츠화했다. 그리고 여기에 '겨루기' 뿐만 아니라 동작의 시연을 놓고 평가하는 종목을 포함시켰다. 우슈는 '투로', 가라데는 '카타'가 세부 종목으로 편성돼 있다. 이처럼 한·중·일 세 나라가 동작 시연을 하나의 세부 종목으로 편성한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다. 하지만 결국 핵심은 다른 나라에게도 메달의 기회를 부여해 국제대회에서 더 많은 대중성을 얻기 위한 전략이라고 봐야 한다.

'겨루기'로는 종주국과의 노하우와 기량차를 극복하기 어렵다. 한국도 그간 태권도에서 '전종목 석권'을 마치 전매특허처럼 만들어왔다. 국민들은 열광했지만, 이건 결국 국제 대중성을 떨어트리는 독이 됐다. '어차피 금메달은 그 나라 꺼'라는 인식이 퍼지면 종합대회 종목으로서의 생명력은 사라진다. 그래서 다른 나라에도 메달 가능성을 줄 필요가 있었다. 동작의 시연만이라면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이번 품새가 첫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이번 대회에서 여자 개인전과 단체전 금메달을 한국이 아닌 인도네시아와 태국이 가져갔다. 당장 파급 효과가 기대된다. 두 나라 내에서 품새는 메달 경쟁이 있는 스포츠로 인식될 것이고, 다른 나라에서도 '한국 태권도를 이길 수 있는 분야'라고 받아들여지게 될 수 있다. 당연히 참가국이 늘어나게 되고, 그러면 매 종합대회 때마다 '퇴출'을 걱정하지 않아도 될 수 있다. 결국 이런 가능성을 바라볼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태권도 품새 종목은 그 자체의 의미가 크다.

자카르타(인도네시아)=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