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남원표 '긍정배구'가 컵 대회에서 또 다시 꽃을 피웠다. KGC인삼공사가 10년 만에 컵 대회 우승컵에 입 맞췄다.
인삼공사는 12일 충남 보령종합체육관에서 벌어진 GS칼텍스와의 2018년 보령·한국도로공사컵 결승전에서 주포 최은지를 비롯해 한송이 채선아 한수지 등 공격수들의 고른 활약 덕분에 세트스코어 3대2(25-27, 25-22, 25-27, 31-29, 16-14)로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이로써 인삼공사는 2008년 전신인 KT&G 시절 우승 이후 10년 만에 우승을 차지했다. 반면 GS칼텍스는 지난 시즌에 이어 2년 연속 컵 대회 정상을 노크했지만 아쉽게 실패하고 말았다. 컵 대회 최다 우승 팀의 꿈도 날아갔다. 2007년 마산 대회에서 첫 컵 대회 우승을 차지했던 GS칼텍스는 2012년(수원)에 이어 2017년(천안) 컵 대회 우승한 바 있다.
사실 인삼공사는 이번 대회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혔다.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대표팀에 차출된 선수가 단 한 명도 없었다. 전력 공백이 없었기 때문에 완전체로 컵 대회를 준비할 수 있었다. 서 감독은 "다른 팀은 대표팀에 선수가 차출돼 완전체가 아니었다. 그에 비해 우리는 완전체다. 추가 보강도 없다. 전력은 상위권이 아니지만 정규리그에 돌입하기 전 우리의 전력을 평가받을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주위의 예상이 제대로 들어맞았다.
서 감독은 '긍정배구'를 선수들에게 주문한다. 센터 한수지는 "감독님이 원하시는 배구가 '다 같이 하나가 돼 행복한 배구를 하자'이다. 경기가 안 풀려도 '얼굴 피자', '웃자'고 말한다. 긍정의 마인드가 경기력에 도움이 된다"고 전했다. 인삼공사 선수들의 기량이 톱클래스급이 아니기 때문에 결국 심리적인 부분으로 보완하길 바라는 것이다. 때문에 서 감독은 지난 7일 IBK기업은행전을 앞두고 인상을 구기는 세터 이재은을 혼내기도 했다. 서 감독은 "우리 선수들은 A급은 아니지만 B급 정도는 된다. 그야말로 소총부대다. 그래도 각자의 역할을 잘 하면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우리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서 감독은 이번 컵 대회를 앞두고 두 가지 모험을 단행했다. 자유계약(FA) 신분을 얻은 센터 한수지와는 3억원에 계약했고, FA 보상금까지 주면서 IBK기업은행에서 레프트 최은지를 데려왔다. 서 감독은 "수지는 부담이 크다. 아파도 아프다고 얘기도 못하고 열심히 한다. 기대에 부응하려고 노력한다"고 칭찬했다. 이어 "은지를 뽑기 전 1순위는 이소영이었다. FA시장에 나왔으면 잡으려고 했었다. 2순위는 김미연이었다. 얘기는 해봤다. 최은지는 3순위에 뒀었는데 보상금의 값어치를 할 수 있을까 고민이 컸다. 그래도 공격력 강화를 위해 데리고 오는 것이 맞다고 봤다"고 전했다.
서 감독의 판단은 정확했다. 최은지는 이번 컵 대회 매 경기마다 맹활약을 펼쳤다. GS칼텍스와의 조별리그 1차전에선 23득점을 시작으로 IBK기업은행전에선 24득점, 태국 EST전에선 18득점, 현대건설과의 준결승전에선 16득점, 다시 GS칼텍스와의 결승전에서 32득점을 폭발시켰다. 최은지는 기자단 투표 29표 중 27표의 압도적 지지로 MVP에 선정됐다.
한편, 이번 대회에서 깜짝 놀랄만한 건 여자배구의 뜨거운 인기였다. 처음으로 여자부가 단독 개최돼 인기가 분산될 우려가 있었지만 스피드하고 박진감 넘치는 경기력으로 흥행을 질주했다. 준결승 2경기에선 1%대(유료가구 기준) 시청률을 기록했다.
특히 대회 입장 관중에서도 높은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지난해 대회와 비교해 관중수가 늘었다. 2017년 총관중수(11일, 21경기)는 2만1617명이었다. 1일 평균 1965명. 이번에는 남자부와 분리 개최돼 경기수(8일, 15경기)가 적어져 1만6414명이 찍혔지만 1일 평균 관중수(2052명)는 오히려 늘었다. 결승전은 3009명의 구름관중이 들어찼다. 2500명 수용인원을 훌쩍 뛰어넘었다. 여자 프로배구 경쟁력이 수치로도 입증됐다. 보령=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