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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천안시청 연장혈투 '명가 자존심'vs'눈물겨운 투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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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삼성이 명가의 체면을 살렸다.

수원은 8일 천안축구센터주경기장에서 벌어진 2018년 KEB하나은행 FA컵 16강전 천안시청과의 경기서 4대2로 승리했다.

하마터면 망신살이 크게 뻗칠 뻔했다. 전반 선제골 허용 이후 후반 한때 2-1로 뒤집었지만 후반 종료 직전 극장골을 얻어맞으며 고개를 또 숙였다.

결국 연장 승부에서 1부리그의 자존심을 살려내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여름 이적생' 사리치가 입단 데뷔골을 넣었고 데얀은 해트트릭 활약(3골-1도움)으로 해결사의 위상을 입증했다.

▶얕잡아봤나? 불안했던 전반전

서정원 수원 감독은 이날 사실상 1.5군을 선발로 내보냈다. 데얀, 사리치, 염기훈 등 베스트 멤버들은 벤치대기. 오는 주말 울산 현대와의 K리그1 경기를 대비하기 위해서다. 주전들이 빠지면서 3-4-3에서 유주안-임상협을 투톱으로 하는 3-5-2로 변화를 시도했다. 하지만 내셔널리그 상대라고 너무 방심했을까. 수원은 경기 초반부터 주도권을 잡고도 이렇다 할 기회를 잡지 못했다. 수원은 수비수 전원이 하프라인을 넘어서며 압박을 가했지만 사실상 전원 수비로 밀집 방어망을 구축한 천안시청의 저항도 거셌다.

무엇보다 수원의 잔 실수가 많았다. 패스연결이 매끄럽지 못했고 볼 컨트롤에서도 자주 가로채기를 당하는 등 집중력 부족을 드러냈다. 전반 추가시간 2분이 주어지도록 결실을 맺지 못한 수원. 뭔가 불길한 예감이 감돌았다. 아니나 다를까. 전반 종료 직전 수원이 허를 찔렸다. 우려됐던 집중력 부족에 따른 실수에 의한 실점이었다. 수원 문전으로 뜬공이 투입됐을 때 골키퍼 노동건이 캐치할 수 있는 상황. 하지만 협력 방어를 하던 수비수 조성진이 애매하게 걷어낸 것이 어시스트가 됐다. 천안시청 공격수 조이록이 때를 놓치지 않고 대각선 슈팅, 골망을 흔들었다.

▶'추가시간의 저주'…, 그래도 1부리그

불의의 일격을 당한 수원은 후반 시작과 함께 첫 번째 히든카드를 썼다. 2% 부족했던 김종우를 빼는대신 아껴두려던 염기훈을 오른쪽 윙어로 투입했다. 전반에 위력을 보이지 못했던 측면 흔들기로 득점 기회를 늘리자는 포석이었다. 유주안을 중앙으로 좌-우 임상협 염기훈이 포진한 고유의 3-4-3으로 변화하자 수원 공격이 새로운 활기를 되찾았다. 그래도 천안시청의 밀집수비는 아직 지치지 않았다. 결국 후반 11분 수원의 두 번째 긴급처방. 해결사 데얀을 동원했다. 그래도 수원의 불운은 계속됐다. 후반 14분 곽광선이 갑작스런 부상으로 실려나가면서 마지막 베스트 멤버 사리치까지 투입해야 했다. 전화위복이자 신의 한수였다. 수비수 대신 사리치를 투입하는 서 감독의 선택이 금세 빛을 발했다. 사리치는 투입된 지 1분 만에 아크 정면에서 정교한 왼발슛으로 골문 왼쪽 구석을 갈랐다. 데얀의 도움도 일품이었다. 욕심을 내지 않고 침착하게 사리치에게 양보한 것. 사리치가 수원에 입단한 이후 데뷔골이어서 경기장 스탠드를 장악한 원정 수원팬들은 더 신났다. 균형을 맞춘 수원은 천안시청의 투지넘치는 역습에 간혹 가슴을 졸였지만 흔들림은 없었다. 31분 염기훈의 결정적인 슈팅이 허공을 가르는 바람에 땅을 쳤던 수원은 4분 뒤 다시 만세를 불렀다. 해결사는 역시 교체카드 데얀이었다. 데얀은 아크 정면에서 기습적으로 오른발 중거리 슈팅, 골망을 그림같이 흔들었다. 그 사이 천안시청은 체력 부담을 드러냈고 수원의 공세는 강도를 높여갔다. 한데 '추가시간의 저주'가 있을 줄이야. 후반 추가시간 4분이 선언되기 무섭게 또 허를 찔렸다. 마지막 전원 공격에 나선 천안시청 수비수 윤정민에게 중거리슛 동점골을 허용하고 말았다. 2골 모두 방심이 불러온 자충수였다. 결국 연장으로 넘어간 승부. 그나마 수원은 명가의 클래스를 잃지 않았다. 연장 전반 3분 염기훈의 헤딩 도움을 받은 데얀이 왼발 터닝슛으로 상대 골키퍼의 다리 사이를 꿰뚫었다. 후반 추가시간 데얀의 세 번째 골은 보너스였다.

힘을 많이 뺐지만 수원은 자존심을 살렸고, 막판에 걷지도 못할 정도로 전력을 쏟은 천안시청의 투지 역시 보는 이를 뭉클하게 했다. 천안=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