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98일 만의 선발승을 따낸 임창용(KIA 타이거즈)은 침착한 표정이었다. 하지만 희미한 미소까지 지우진 못했다.
임창용은 1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펼쳐진 롯데전에 선발 등판해 5이닝 동안 2안타 4볼넷 6탈삼진 1실점을 기록했다. 지난달 20일 선발로 보직을 변경한 뒤 세 번째 등판 만에 기록한 첫 무실점. 임창용은 팀이 5-0으로 앞서던 6회초 무사 1루에서 마운드를 내려오면서 승리 투수 요건을 갖췄다. 이날 KIA가 롯데를 8대1로 제압하면서 임창용은 삼성 라이온즈 시절이던 지난 2007년 8월 21일 대구시민운동장에서 열린 롯데전(6이닝 3안타 1볼넷 3탈삼진 무실점) 이후 3998일 만에 선발승을 거두는 감격을 누렸다. 또한 이날 승리로 KBO리그 역대 최고령 선발승 2위(42세 1개월 28일)기록의 덤도 누렸다.
임창용은 경기 후 "지금까지 해왔던 승리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큰 의미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3998일 만의 승리 소감을 두고도 "아직 특별한 생각이 들진 않는다. 오랜만에 승리로 팀에 도움이 된 것 같아 기분이 좋다"고 미소를 지었다. 6회초 무사 1루에서 마운드를 내려온 점을 두고는 "선발 투수의 조건이라는게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아닌가. 좀 욕심이 났지만 힘에 부치다보니 빨리 내려오게 됐다"고 말했다.
10년여 만의 승리 상대가 롯데인데다, 해태-KIA 시절을 통틀어 첫 선발승이다. 이에 대해 임창용은 "그랬나. 몰랐다"며 "어릴 때 선발로 뛸 때는 잘 던져도 승리를 못했다. 불펜으로 가서야 첫승을 했던 것 같다"고 웃기도 했다.
임창용은 올 시즌 불펜에서 출발했으나 지난달부터 선발로 보직을 바꿨다. 어려운 팀 사정이 한 몫을 했다. 임창용은 "불펜 때는 기회가 오질 않아 팀에 보탬이 될 기회가 없어 힘들었다"며 "선발 로테이션에 맞춰 몸관리를 하는 지금이 오히려 편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내 선발 등판이) 좋은 흐름이 되길 바랄 뿐"이라며 "앞으로 내가 언제까지 선발로 나설진 몰라도 기회가 주어질 때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광주=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