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동성고가 2003년 이후 15년 만에 청룡기 우승기를 높이 들어 올렸다. 23일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제73회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조선일보·스포츠조선·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공동 주최) 결승전에서 포항제철고를 4대2로 제압했다.
동성의 우승에는 투타에 걸쳐 가장 이상적인 에이스의 위용을 뽐낸 3학년 김기훈의 활약이 절대적이었다. 그는 이번 청룡기 대회 동안 투수로 혼자 3승을 따냈다. 이어 결승전에서는 외야수-타자로만 출전해 쐐기 투런포까지 날렸다. 두말 할 것 없이 대회 최우수선수(MVP)는 김기훈의 몫이었다.
김기훈은 5번 우익수로 선발 출전했다. 원래 주 포지션은 투수지만, 결승전에는 마운드에 오를 수 없었다. 올해부터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가 아마추어 선수 보호 차원에서 시행한 투구수 제한 규정 때문이다.
이 규정에 따라 고교야구 선수의 1일 최다 투구수는 종전 130개에서 105개로 줄었고, 투구수에 따라 의무적으로 (투수)휴식일이 정해진다. 투구수가 30개 미만이어야 다음날 연투가 가능하다. 31~45개는 하루 휴식, 46~60개는 2일 휴식, 61~75개는 3일 휴식, 76개 이상을 던졌을 때는 4일을 무조건 쉬어야 한다.
김기훈은 전날 열린 장충고와의 준결승전에 나와 8⅓동안 2실점으로 역투하며 팀의 결승행을 이끄는 과정에서 105구를 던지는 바람에 이날 결승전에 투수로 나설 수 없었다. 하지만 그에게는 방망이가 있었다. 동성고 김재덕 감독은 이날 결승전을 앞두고 "김기훈이 타격으로도 좋은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며 강한 믿음을 보였다.
감독이 이렇게 말한 데는 이유가 있었다. 김기훈은 타격 솜씨도 빼어났다. 1-0으로 앞선 2회초 선두타자로 나와 좌측 펜스를 직접 맞히는 2루타를 치고 나간 김기훈은 김현창의 희생번트로 3루에 나간 뒤 이현서의 좌월 적시 2루타로 가볍게 추가득점을 올렸다. 이어 2-0으로 앞선 3회초 2사 3루 때는 쐐기 투런포까지 날렸다. 동성이 우승의 문턱에 다다른 순간이었다.
이날 결국 김기훈은 4타수 2안타(1홈런) 2타점최고의 활약을 펼친 김기훈은 "고교 야구선수라면 누구나 전국대회 우승과 MVP를 꿈꿀 것이나. 나 역시 그랬고, 뭔가 꿈을 이룬 것 같아서 뿌듯하고 감격스럽다. 동료들 모두 마찬가지의 마음이었을 것이다. 나만 잘한 게 아니라 함께 다 잘해서 이런 결과를 만든 것 같다"는 소감을 밝혔다. 이어 투수로 나오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규정이 그렇게 정해진 것이라 받아들였다. 대신 타자로 좋은 활약을 펼치자고 스스로 다짐했다"면서 "3회 홈런 때는 볼카운트가 3B1S라 카운트를 잡으려 들어올 것 같아 노려쳤다. 홈런 치고 나서 기를 뺐기고 싶지 않아서 더 크게 소리쳤다"고 밝혔다.
목동=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