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위 한화 이글스가 아픈 2연패를 당했다. 6일과 7일 이틀 연속 2-3위 맞대결 무대에서 SK 와이번스에 졌다. 6일은 '한화 킬러'가 된 상대 선발 박종훈에게 꽁꽁 묶이며(7⅔이닝 무실점) 0대6 영봉패를 당했다. 7일은 간만에 선발 김재영이 호투(6⅔이닝 1실점)했으나 불펜진이 역전을 허용하며 4대5로 졌다.
3경기 차로 시작됐던 3위 SK와의 승차는 1게임으로 줄어들었다. 하지만 소득이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다. 2차전에선 김재영이 SK 트라우마를 완전히 씻었다. 특히 종아리 부상에서 복귀한 김태균이 1군 복귀 나흘만에 역전 스리런 홈런을 때려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김태균은 7일 0-1로 뒤진 6회초 경기를 뒤집는 우월 3점홈런을 때렸다. 무실점으로 호투 하던 SK 선발 메릴 켈리를 상대로 결정적인 한방을 뿜어냈다. 한용덕 한화 감독은 종아리 근육손상으로 한달 넘게 치료와 재활을 한 김태균을 서둘러 1군에 올렸다. 2군에서 수비까지 소화시킨 뒤 올리려 했지만 상황이 급박했다.
한 감독은 최근 "좀 빨리 올린 느낌도 있었다"고 했다. 그만큼 절실했다. 6월 이후 한화의 팀타율은 2할6푼대 초반에 머물고 있다. 송광민과 제라드 호잉, 이성열이 매번 좋을 수는 없다. 송광민은 최근 10경기 타율이 2할9푼7리, 호잉은 1할6푼2리, 이성열은 2할9푼이다. 특히 호잉은 지친 기색이 역력하다. 한 감독 역시 "호잉에게 휴식을 주는 방안을 최대한 고려하고 있지만 공수에서 워낙 비중이 큰 선수"라며 고충을 털어놨다.
김태균의 합류, 그리고 그의 빠른 컨디션 회복은 시너지 효과를 만들 조짐이다. 앞뒤 타자들의 상대 집중견제를 희석시키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한 감독은 "김태균은 타석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을 드러내는 타자"라고 했다.
일본에서의 2년(2010년, 2011년)을 제외하고 KBO리그 16시즌 동안 평균타율은 3할2푼5리. 이미 301홈런을 때려냈고, 1254타점을 올렸다. 이제 2개의 안타만 더하면 역대 11번째 개인통산 2000안타 고지를 밟는다.
한화는 6일 영봉패에서 재차 느낀 부분이 있다. 상위팀 치고 방망이가 매우 빈약하다. 7일 경기에서는 한동안 잊고 있던 불펜 붕괴라는 것도 경험했다. 모든 팀이 겪는 불펜 부진이 때론 한화에도 예외가 아니라는 점이다.
이날 한화 필승조인 김범수와 서 균은 아웃카운트 1개를 잡지 못하고 역전패를 허용했다. 홈런 1위 SK 최 정(28개)은 서 균을 상대로 역전 투런을 때려냈다.
불펜진이 매번 완벽할 수는 없다. 실수는 언제든지 나올 수 있다. 다만 그 상대가 순위싸움 당사자인 SK여서 더 아쉬울 뿐이다. 한화 불펜은 평균자책점 3.66으로 압도적인 1위다. 2위인 두산 베어스(4.75)와도 큰 차이다.
이날 김범수의 투입 시기나 서 균으로의 교체 타이밍은 한화가 늘 해오던 패턴이었다. 김재영은 투구수가 89개로 좀더 던질수 있었지만 투구수가 많아지면 자주 구위 하락을 경험했다. 불펜이 약하다면 모를까 한화는 불펜 1위팀. 결과론적으로 경기가 뜻대로 풀리지 않았다.
올시즌 한화는 방망이, 선발, 불펜이라는 전력의 3요소 중 불펜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컸다. 좀더 쉬운 야구를 하려면 선발과 방망이의 분발이 필요하다. 선발은 키버스 샘슨을 제외하고 부침이 있다. 당장은 바뀌기 힘들다.
방망이는 김태균의 합류가 변화를 촉진시킬 수 있다. 후반기에는 정근우도 합류한다. 한 감독이 말하는 '완전체 타선'이 팀타율 1위 두산급은 아니어도 지금의 답답함을 조금이나마 날릴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갖게 한다. 그 열쇠를 김태균이 쥐고 있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