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축구협회가 새로운 A대표팀 감독을 찾기 위해 움직인다. 김판곤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장은 선임위원 6명과 축구 철학, 후보군(포트폴리오), 향후 선임 절차 등을 공유했고, 그리고 후보 기준도 발표했다.
김판곤 위원장에 따르면 감독 후보군에는 10명 안쪽의 지도자 올랐다. 외국인 감독이 다수이고, 국내 감독도 있다. 러시아월드컵 조별리그에서 우리나라를 이끌었던 신태용 감독도 후보군에 포함돼 있다. 축구협회는 이달에 계약이 종료되는 신 감독의 거취를 단칼에 마무리하는 대신 후보군에 넣고 원점에서 새 경쟁을 시켰다. 전문가들은 이걸 두고 두 가지로 해석한다. 하나는 조별리그 독일전 승리에 대한 공로를 인정하고 예우하는 차원이라는 것. 또 다른 하나는 신 감독은 다른 외국인 지도자들과의 협상이 잘 이뤄지지 않았을 때 쓸 수 있는 최후의 보루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축구협회는 신 감독의 의사를 확인하고 후보군에 넣었다고 했다. 신 감독은 지난 7월 A대표팀을 맡아 1년간 재임했다. 16강 목표달성엔 실패했지만 세계랭킹 1위 독일(2대0)을 격파하는 이변을 연출했다.
김판곤 위원장을 중심으로 한 후보군 리스트 작업은 단 시간에 이뤄진 건 아니다. 그는 지난해 11월 축구협회로 합류하면서 국가대표선임위원장을 맡았다. 이 조직 내에는 정보전략, 스카우트, TSG(테크니컬 스터디 그룹) 등 여러 소위원회가 있어 다양한 정보를 취합했다. 김 위원장은 협회가 관리 추적하고 있는 감독 후보 포트폴리오 중에서 이번에 10명을 추려낸 것이다.
월드컵 조별리그 전후로 협회에 전달된 외국인 지도자 이력서도 제법 많았다고 한다. 브라질 출신 명장 스콜라리 등이 에이전트를 통해 협회에 의사를 전달해왔다. 김판곤 위원장은 분명히 선을 그었다. 그는 "하고 싶다고 오는게 아니라 우리가 접근할 것이다. 하고 싶다는 사람을 만나면 너무 많을 것 같다"고 했다.
축구협회는 외국인 감독 영입에 따른 연봉 등 비용 문제도 가이드라인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은 "국민정서를 벗어난 터무니 없는 수준은 아니다. 상식에 맞게 투자할 것이다. 외국인 지도자가 한국에 오는게 쉽지 않다. 우리가 가서 만나서 확신을 주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정몽규 축구협회장은 "아시아 보다 아프리카 중동을 더 선호하는 것 같다. 아시아에서 연봉을 더 주어야 가능할 것 같다"면서 "좋은 감독을 데려와야겠지만 잘 적응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했다. 축구협회 주변에선 이번 감독 선임 때 연봉으로 200만달러(추정) 안팎까지는 고려하고 있다는 얘기가 돌고 있다. 우리나라 돈으로 20억원 남짓이다. 그동안 축구협회가 외국인 지도자 한 해 연봉으로 20억원 이상 투자한 경우는 없다. 1년 전 성적부진으로 경질된 울리 슈틸리케 감독의 연봉은 15억원(추정)선이었다. 슈틸리케 감독 경질 이후 이중으로 '소방수' 신 감독에게 지급한 연봉(6~7억원선)까지 추가하면 지난 한해 축구협회가 A대표팀 사령탑에 쓴 연봉이 20억원을 넘는다는 계산이 나온다. 따라서 제대로된 외국인 감독을 모셔오는데 20억원의 연봉을 지급하는 건 무리한 투자는 아니다. 김 위원장의 발언을 감안할 때 후보군에 오른 지도자가 좋다면 읍소를 해서라도 데려오겠다는 강한 의지가 보였다.
하지만 김 위원장이 밝힌 '능동적 축구 스타일'과 '성적(월드컵 지역예선, 대륙컵 우승, 세계적인 리그 우승)'까지 겸비한 외국인 감독은 우리나라만 선호하는 건 아니다. 아프리카 국가들은 2019년 아프리카네이션스컵 대비에 들어갔다. 이집트, 알제리 등이 새 감독을 찾고 있다. 내년 1월 아시안컵을 앞두고 있는 한국 일본 중동국가 등 아시아팀들도 새 사령탑이 필요하다. 경험에 명성 그리고 능력까지 갖춘 쓸만한 감독의 몸값이 '수요 공급의 법칙'에 따라 올라갈 시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리 좋은 후보군을 리스트업해도 협상이 이뤄지기까지 제법 시간이 걸리기 마련이다. 축구협회는 "9월 A매치에는 감독을 벤치에 앉힐 것이다. 시간이 많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조급하게 일을 처리할 것도 아니다. 8월초쯤으로 본다"고 밝혔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