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글스는 올시즌 희생번트 최소팀이다. 지난 4일까지 82경기를 치르면서 희생번트는 14차례에 그쳤다. 경기당 0.17개 수준. 희생번트 1위인 삼성 라이온즈(34개), 2위 KIA 타이거즈(33개)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한용덕 한화 감독은 희생번트가 상대 투수에게 손쉬운 아웃카운트를 안겨 오히려 마음을 편하게 해주고 공격의 흐름을 끊을 수 있다는 지론을 가지고 있다. 시즌 초반에는 한동안 희생번트를 자제하기도 했다. 패배의식에 젖어있던 한화 타자들이 능동적인 공격야구를 익히기를 바라는 감독의 마음이었다. 실익을 논하기 이전에 변화를 바랐다.
그랬던 한화가 5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에서는 적극적으로 희생번트를 댔다. 하나도 아니고 2개나 댔다. 매우 이례적인 쥐어짜기 작전이었다. 이는 최근 한화 타선의 무기력증과 무관치 않다. 또 2연패에 빠져있는 팀상황, 전날 4-0으로 앞서다 4대6으로 역전패한 아픔, 상대 선발이 강력한 헥터 노에시인 점 등 여러 변수가 녹아있었다.
한화는 1회초 1번 이용규가 좌전안타로 출루하자 2번 강경학이 희생번트를 댔다. 최근 강경학의 방망이는 뜨거웠던 6월보다는 다소 식었다. 결과는 후속타 불발로 득점에는 실패. 2번째 희생번트는 3-2, 1점차 살얼음 리드를 지키던 7회초에 나왔다. 6번 이성열과 7번 양성우의 연속안타로 무사 1,2루. 8번 지성준이 희생번트를 댔다. 1사 2,3루 찬스. 타격감이 최악인 9번 하주석 대신 대타 장진혁이 타석에 섰다. 결과는 볼넷. 1사만루에서 1번 이용규의 내야땅볼로 추가점을 얻었다. 2사 1,3루에선 한화의 장기인 더블 스틸 작전이 나와 5-2로 한걸음 더 달아났다. 결과적으로 후속 적시타 없이 희생번트가 발판이 돼 추가점을 얻은 셈이다.
한화는 8회 이성열의 쐐기 3점포가 터지며 8대2 승리를 거뒀다. 한화 벤치는 마운드에 에이스 샘슨이 버티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1점, 2점만 더 달아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봤고 주효했다.
시즌은 반환점을 돌아 가을야구를 향해 맹렬히 질주하고 있다. 한용덕 감독 역시 적극적이고 상황에 맞는 작전으로 1승을 얻는데 주력하는 모습이다.
광주=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