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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RA 1~4위 투수 모두 LG와 두산, '잠실효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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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30일 현재 투수 평균자책점 순위를 들여다 보면 흥미로운 사실 하나를 발견할 수 있다. 1위부터 4위까지 '톱4'가 모두 LG 트윈스와 두산 베어스 외국인 투수들이라는 점이다. LG 헨리 소사가 2.59로 이 부문 선두이고, 두산 세스 프랑코프와 조쉬 린드블럼이 각각 2.71과 2.78로 2,3위에 랭크돼 있다. 이어 LG 타일러 윌슨이 3.04로 뒤를 쫓는 형국이다.

이들이 속한 LG와 두산은 모두 잠실구장을 홈으로 쓴다. 잠실구장은 펜스거리가 좌우 100m, 중앙 125m로 KBO리그 구장 가운데 가장 넓다. 특히 좌중간과 우중간이 깊숙해 홈런성 타구가 수비가 좋은 외야수에게 잡히는 장면을 종종 볼 수 있다. 파울 지역도 다른 구장과 비교해 넓은 축에 속한다. '같은 평균자책점이라도 잠실이 홈인 투수와 다른 구장을 홈으로 쓰는 투수를 똑같이 평가해서는 안된다'는 말도 있다. 지난 15일부터 이들 4명이 평균자책점 1~4위를 점령하면서 이른바 투수 친화적인 '잠실 효과'라고 봐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LG와 두산의 외국인 투수들이 평균자책점 상위권을 독차지하고 있다는 걸 구장 효과로 설명하는 게 과연 옳은 일일까.

린드블럼은 지난해까지 롯데 자이언츠에서 활약했다. 그가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3시즌 동안 거둔 성적은 74경기에서 28승27패, 평균자책점 4.25이다. 올시즌에는 10승2패, 평균자책점 2.78을 기록중이다. 성적 자체가 달라졌다. 롯데에서 3년간 그는 1948명의 타자를 만나 66개의 홈런을 허용했다. 29.5타석마다 홈런 1개씩을 맞은 셈이다. 잠실로 옮긴 올시즌엔 443명의 타자를 상대해 11홈런을 내줬으니 이 수치는 40.3타석이 된다. 물론 피홈런이 준 건 사실이다. 롯데의 홈인 부산 사직구장은 좌우와 중앙 펜스거리가 95m와 118m, 펜스높이가 4.8m다. 인천 문학구장과 함께 타자 친화적 구장으로 분류된다.

그렇다 하더라도 린드블럼의 '발전'은 다른 부분에서 찾아야 한다. 제구와 경기운영이 한층 안정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제구는 볼넷과 피안타율로 설명할 수 있는데, 올해 9이닝 기준 볼넷 비율은 1.80, 피안타율은 0.214이다. 롯데 시절 커리어하이라고 할 수 있는 2015년 이 수치는 각각 2.23, 0.250이었다.

린드블럼은 또한 지난 30일 잠실 KIA 타이거즈전까지 올시즌 17경기에서 14번의 퀄리티스타트를 기록, 이 부문서 소사와 공동 1위다. 2015년에는 32경기 중 23경기가 퀄리티스타트였다. 퀄리티스타트 비율이 2015년 71.9%에서 올해 82.4%로 높아졌다. 경기운영 능력도 향상됐음을 보여준다. 게다가 린드블럼은 올시즌 평균자책점이 홈보다 원정이 더 좋다. 원정 8경기에서 2.06, 홈 9경기에서 3.43을 각각 기록했다. '잠실 효과'를 거론할 상황이 아니다. 안정된 제구력을 가지고 6가지 구종을 능수능란하게 던지니 성적이 좋아지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평균자책점 1위인 소사는 어떨까. 소사는 2015년부터 LG에서 활약 중이다. LG로 이적하기 전 KIA 타이거즈와 넥센 히어로즈에서 3시즌 동안 평균자책점은 4.57이었다. LG로 옮긴 첫 시즌 평균자책점은 4.03. 또한 피홈런 비율도 50.0타석에서 LG 이적 첫 시즌은 50.6타석으로 약간 좋아졌다. '잠실 효과'라고 봐도 무방하지만, 최근 활약상은 소사의 개인적 기량과 적응력 향상으로 봐야 한다. 지난해 11승11패, 평균자책점 3.88을 올린 소사는 올시즌 각 부문서 한층 업그레이드된 수치를 보여주고 있다. 평균자책점과 투구이닝(118이닝) 1위, 피안타율(0.237) 5위, 이닝당 출루허용(1.07) 2위, 퀄리티스타트 1위, 퀄리티스타트 플러스(12회) 1위 등을 마크하고 있다. 소사의 기량 향상에 대해 류중일 LG 감독은 "이전과 달리 투구시 팔이 수직으로 나온다. 포크볼과 커브 등 떨어지는 변화구가 더 위력적이고, 직구 공끝도 더 빨라 보인다"고 설명했다.

물론 큰 구장을 홈으로 쓴다는 사실 자체가 심리적 안정을 가져다 줄 수는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기본적인 실력이 되지 않으면 이런 성적을 내기는 어렵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