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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주환의 월드컵 인사이드]VAR은 잘못 없다, 적용하는 인간이 익숙지 않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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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대로 러시아월드컵에 처음 적용된 VAR(비디오판독시스템)의 위력은 강력했다. 국제 심판을 지낸 권종철은 지난달 스포츠조선과 가진 인터뷰에서 "VAR이 러시아월드컵 조별리그 단계에서 큰 변수가 될 것이다"고 전망했다. 그의 예상은 그대로 적중했다. FIFA는 조별리그에서 VAR을 과감하게 적용했다. 그 과정에서 잡음과 논란이 일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VAR에 대한 불만은 하나로 수렴되는 듯하다. "왜 우리에게 불리하고 애매한 장면에선 VAR을 적용하지 않나. 너무 불공평하다."

이런 불평의 목소리는 FIFA가 VAR을 처음 월드컵 본선에 적용할 때부터 우려했던 부분이다. FIFA는 이번에 VAR을 도입하면서 적용 범위를 크게 4가지로 제한했다. ▶득점 관련 장면 ▶오프사이드 관련 부분 ▶퇴장 경고 관련 부분 ▶PK 관련 장면 등이다.

우리나라 대표팀도 스웨덴전에서 VAR로 한 차례 울었다. 김민우의 백태클이 VAR을 통해 PK 판정으로 이어졌다. 그게 결국 PK 실점으로 이어져 0대1로 지고 말았다. 당시 주심은 VAR을 통해 김민우의 태클에 스웨덴 선수가 걸려 넘어진 걸 확인하고 PK를 찍었다. 우리팀 입장에선 무척 아쉬운 장면이었다. 그러나 외신 및 전문가들의 평가는 'VAR로 놓칠 수 있는 장면을 정확하게 바로 잡았다'였다.

멕시코전 후반 21분 두번째 실점은 아쉬움이 남았다. 기성용이 공격 과정에서 볼을 빼앗겼고 멕시코의 역습을 맞아 치차리토에게 두번째 실점을 허용했다. 경기 후 돌려본 영상에서 기성용은 상대 선수에게 다리를 차였다. 파울이 분명했지만 주심과 부심은 그걸 인정하지 않고 인 플레이했다. 주심이 VAR를 적용하지 않고 넘어간 부분은 분명 아쉬운 대목이었다. 하루 후 대한축구협회는 FIFA에 이 장면에 대한 항의 서한을 보냈다. 경기가 끝난 상황에서 판정을 되돌릴 수는 없지만 추후 재발 방지와 억울한 상황을 막기 위한 조치였다.

FIFA가 찬반 여론이 있었지만 VAR을 도입한 결정적인 배경에는 인간의 눈으로 보기 어려운 치명적인 오류를 바로 잡자는 데 있다. TV 생중계 화면에서 뻔히 확인할 수 있는 오심이 정정되지 않고 그대로 넘어가는 건 막아야 했다. 또 그 오심이 팀의 승무패 결과를 좌우하는 장면이라면 더더욱 바로 잡는게 올바르다는 판단을 했다.

우리는 2010년 남아공월드컵 유럽지역 플레이오프 프랑스-아일랜드전에서 나온 앙리(프랑스)의 핸드볼골을 보았다. 월드컵 출전이 좌절된 아일랜드 뿐 아니라 그 장면을 본 전세계 축구팬들은 그 골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주심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FIFA도 당시엔 안타깝지만 '오심도 경기의 일부'라는 이미 해묵은 논리로 맹비난을 피해 넘겼다.

이제 더이상 심판은 첨단 기계의 도움을 받지 않을 수 없다. VAR 도입은 전세계적인 추세가 돼 버렸다. 이번 월드컵에서도 VAR로 잘못된 판정을 바로 잡은 게 논란이 된 판정 보다 더 많다고 판단된다. 물론 몇몇 논란의 장면을 두고 일부 전문가들이 VAR의 필요성에 의문을 제기하지만 그건 '큰 숲'을 보지 못한 채 '작은 나뭇가지'에 집착하는 측면이 강하다. VAR의 잘못이라기 보다는 그걸 잘 적용해야 할 인간의 문제라고 지적하는 게 맞다. 첨단 기계인 VAR은 정확한 장면을 우리에게 전달하고 있다. 어떤 상황에 VAR을 적용해서 무결점의 축구 콘텐츠를 만들지에 대한 연구가 필요할 것이다. 적용 범위에 대한 좀더 면밀하고 명확한 조사와 합의를 도출한다면 VAR은 지금 보다 더 호평받을 것이다. 카잔(러시아)=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