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상처가 깊은 중앙 수비수 장현수(FC도쿄)가 마지막 독일전에 선발 출전할 수 있을까.
라인업을 구상 중인 신태용 한국 축구 월드컵대표팀 감독의 고민이 깊다. 주장 기성용의 부재 공백은 주장 완장을 손흥민에게 넘겨주는 쪽으로 정리되는 분위기다. 신 감독은 장현수의 현 상태에 대해 "좀 그런 상황이다"고 말했다. 대표팀 관계자는 "모두 장현수를 위로하고 있다. 시간이 좀 필요할 거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장현수는 멕시코와의 러시아월드컵 조별리그 2차전(1대2 패)서 태클 과정서 핸드볼 파울로 PK골의 단초가 됐다. 이영표 KBS해설위원은 방송 중계에서 장현수의 태클 타이밍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또 두번째 실점 장면에서도 장현수가 태클을 선택했는데 이를 두고도 적절하지 못했다는 목소리가 많다. 장현수는 경기 후 자책감에 눈물을 쏟았고, 대표팀 스태프는 장현수를 인터뷰 없이 믹스트존이 아닌 다른 곳으로 돌렸다.
장현수는 스웨덴과의 조별리그 1차전(0대1 패)을 마치고도 맹비난을 받았다. 장현수의 패스가 박주호의 부상으로 이어졌고, 또 김민우의 PK 허용의 단초도 장현수였다는 마냥사냥식 희생양 몰이가 있었다. 장현수는 조별리그 1~2차전으로 심적으로 만신창이가 됐다.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어하고 있다는 게 주변의 전언이다.
신 감독은 장현수의 독일전 투입을 고민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여 있다. 장현수는 신태용호의 수비 시스템에서 매우 중요한 선수다. 김영권과 함께 중앙 수비수의 핵이라고 보면 된다. 경험도 많고, 몸싸움, 공중볼 싸움, 스피드 등 수비수로서 다양한 재능을 갖추고 있다. 1~2차전 같은 실수가 없었다면 반드시 승리해야 할 독일전서 장현수와 김영권이 함께 중앙 수비수로 선발 출전하는게 맞다.
하지만 장현수를 향한 비난 여론이 뜨겁다. 신 감독은 주장이 뚜렷한 지도자이고, 외부의 목소리에 따라 자신의 결정을 잘 흔들지 않는다. 그러나 지금 상황은 좀 달리 볼 필요가 있다. 장현수가 정신적으로 힘들다면 신체적으로 잘 준비가 돼 있다고 하더라도 독일전 선발 출전은 무리가 따른다. 팬들의 따가운 시선과 실수에 대한 두려움이 정상적인 경기력에 방해 요소가 될 수 있다.
한국은 16강 진출의 실낱 같은 가능성을 살리기 위해 반드시 독일을 제압해야 한다. 실점 없이 버텨야 가능한 미션이다. 실력과 자질만 놓고 볼 때 장현수 보다 나은 중앙 수비수는 없다. 그러나 지금의 특수한 상황을 고려할 때 김영권의 중앙 수비 파트너는 달라질 수 있다. 장현수가 안 될 경우 정승현 윤영선 또는 오반석 중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정승현은 지난달 온두라스와의 평가전 때 김영권과 호흡을 맞춰 무실점 했던 경험이 있다.
하지만 장현수가 비난 여론을 감수하고 출전 강행 의지를 보일 수도 있다. 그는 자신이 빠진 위기서 탈출하기 위해 정면 돌파라는 초강수를 둘 수 있다. 신 감독 입장에서도 한번 맞춰진 수비라인을 대회 중간에 바꿀 경우 뒤따를 리스크도 고려해야 한다. 장현수는 멕시코전 후 믹스트존을 통과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하지만 대표팀 스태프가 선수 보호 차원에서 그의 인터뷰를 막았다. 회피하기 보다 정면 돌파를 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과연 장현수는 27일 독일전을 그라운드와 벤치, 어디서 시작할까.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