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주춤한 사이 도전자가 무섭게 치고 올라왔다. KBO 홈런왕 레이스는 다시 혼전 양상으로 들어간 듯 하다. 과연 컨디션 난조에 빠진 SK 와이번스 최 정은 홈런킹의 왕좌를 수성할 수 있을까.
최 정은 최근 극도의 컨디션 난조에 빠져 있다. 지난 19일부터 진행됐던 삼성 라이온즈와의 대구 원정 3연전에 모두 빠졌다. 직접적 요인은 뒷목 담증세 때문이다.
이에 대해 SK 트레이 힐만 감독은 "목에 담증세가 생겨 계속 컨디션이 좋지 않다. 당분간 쉬게 할 생각이다"라고 지난 19일 최 정의 상태를 밝혔다. 이후 힐만 감독은 3연전 내내 라인업에 넣지 않았고, 대타로도 쓰지 않았다. 이왕 휴식을 줄 바에는 완전히 쉬도록 하는 게 힐만 감독의 스타일이다. 덕분에 최 정은 18일부터 4일 연속 휴식을 취했다. 17일 롯데전 때 6회 솔로홈런을 치고난 이후 휴식이 길어지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이렇게 최 정이 개점휴업한 동안 홈런 2위 김재환(두산)의 추격이 무섭게 전개된 것이다. 21일 잠실 넥센전에서 홈런을 포함해 지난 14일 이후 최근 7경기에서 무려 3개의 홈런을 추가했다. 현재 홈런 갯수는 24개다. 최 정(25개)에게 불과 1개 차이로 따라붙었다. 최근 페이스로 봐서는 역전은 시간문제처럼 보이기도 한다. 같은 기간(14일 이후)을 기준으로 보면 최 정도 2개의 홈런을 치긴 했다.
하지만 중요한 건 최 정의 요즘 컨디션이 무척 나쁘다는 점이다. 목 근육 담증세는 사실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는다. 이런 부상은 거의 자연발생적인 것이라 시간이 지나면 회복되고, 후유증도 별로 크게 남지 않는다. 그래서 힐만 감독도 최 정을 굳이 엔트리에서 제외하지 않고 휴식만 주고 있는 것이다.
정작 더 큰 문제는 최 정의 심리적, 기술적 컨디션이 하락세에 있다는 것이다. 최근 10경기에서 최 정의 타율은 고작 2할에 불과하다. 상당히 스윙이 위축돼 있다. 여전히 힘은 유지되고 있어서 정타가 홈런으로 연결은 되지만, 안타 자체가 나오지 않기 때문에 홈런 페이스가 매우 불안정한 상태다. 안정적인 고타율이 확보된 상태인 김재환이 최 정을 앞지를 것으로 예상되는 핵심 이유다. 김재환은 최근 10경기에서 무려 4할5리의 타율을 기록하고 있었다. 홈런도 결국 안타의 일부다. 이를 다시 말하면 결국 홈런을 많이 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안타 생산률이 어느 정도 이상 확보가 돼야 한다는 뜻이다. 이런 면에서 최 정의 페이스 저하는 확실히 우려된다. 최 정의 왕좌는 지금 매우 불안하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