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러시아월드컵을 현장에서 즐기는 멕시코 팬들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양성적인 측면은 국제축구연맹(FIFA)의 VIP 고객이다. 러시아월드컵 입장권(240만장) 가운데 멕시코에서 6만302명이나 구매자가 나왔다. 개최국 러시아(87만1797장)→미국(8만8825장)→브라질(7만2512장)→콜롬비아(6만5234장)→독일(6만2541장) 다음으로 많다.
지난 18일(한국시각) '세계랭킹 1위'이자 '디펜딩 챔피언' 독일과의 2018년 러시아월드컵 조별리그 F조 1차전이 펼쳐진 러시아 모스크바의 루즈니키 스타디움은 8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데 육안으로도 멕시코 팬들이 절반 이상이 들어찼다.
하지만 음성적인 측면에서 보면 팬들이 많을수록 그만큼 문제도 많아진다. 이미 이번 대회 문제가 발생했다. FIFA는 지난 21일(한국시각) '멕시코 팬들이 독일과의 1차전에서 욕설이 섞인 부적절한 응원 구호를 외쳤기 때문에 그 책임을 물어 멕시코협회에 1만스위스프랑(약 1000만원)의 벌금 징계를 내렸다'고 밝혔다. 멕시코 팬들은 독일 골키퍼 마누엘 노이어가 킥을 할 때마다 동성애 혐오 등의 내용이 담긴 부적절한 구호를 외쳤다는 것이 FIFA가 내린 결론이다. 당시 멕시코 팬들은 노이어를 향해 "푸토(Puto)"라고 외치며 자극했다. 푸토는 스페인어로 '겁쟁이'라는 의미지만 동성애를 혐오하는 은어이기도 하다.
멕시코 팬들의 이 같은 집단행동에 미국 일간지 USA 투데이는 '멕시코는 빛나는 출발에도 월드컵의 최대 패배자'라고 비꼬았다.
멕시코 선수들도 팬들의 자제를 촉구하기도 했다. 공격수 마르코 파비앙은 "사실 멕시코 팬들의 전통적 응원 방식이긴 하다. 해석기준이 달라 생긴 일인 것 같다. 그러나 그 구호를 계속 외쳐서 팬 ID를 빼앗길 경우 창피한 일이 될 것이다. 다른 방법으로 선수들을 응원하는 방법을 택해야 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FIFA는 멕시코축구협회에 벌금 징계를 내리면서 팬들의 구호가 계속될 경우 팬 ID를 취소시킬 의향도 있다는 경고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멕시코 팬들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그래서 지난 21일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포르투갈-모로코전을 관전하러 온 멕시코 팬들에게 '푸토'에 대해 물어봤다. 엑토르 알레한드로씨는 "'푸토'라는 표현은 내 친구에게도 쓰는 단어다. '헤이 푸토! 여기 와서 한잔해. 푸토가 되지 말라'라고 말한다. 그래도 아무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며 "푸토는 많은 의미를 담고 있지만 해석상 동성애와 동성애 혐오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항변했다.
마누엘 아길라르씨도 "일반적으로 멕시코인들은 동성애 혐오자들이 아니다. 99%가 아닐 것이다. 부담이 큰 라이벌 경기 때 선수들에게 힘을 불어넣기 위한 방법 중 하나다. 멕시코축구에서 30년 이상 이어져온 전통 응원방식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레오폴도 곤잘레스씨도 "우리가 응원을 할 때 누구를 공격하거나 차별한 적이 없다"며 억울해 했다. 이어 "멕시코에선 전혀 논란거리가 되지 않는다. '비바 멕시코' 정도로 보면 충분하다. 다만 FIFA가 원하지 않으면 자제할 것이다. 어떠한 문제도 일어나는 걸 싫어하는 FIFA의 규정을 존중하다"고 말했다.
사실 FIFA도 4년 만에 입장을 바꾼 셈이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 당시에도 멕시코 팬들의 '푸토' 응원구호는 논란의 대상이었다. 카메룬과의 조별리그 1차전은 물론 브라질과의 2차전에서도 푸토를 외치기도 했다. 심지어 '푸토'의 의미를 모르는 브라질 팬들은 따라서 외치기도 했다.
당시 FIFA는 '푸토가 상대팀 선수를 얕잡아보거나 가볍게 조롱하는 것 이상의 의미가 없다'는 멕시코 측의 해명을 듣고 비하의 근거가 없는 것으로 결론을 내린 바 있다.
'푸토' 구호는 지난 2004년 멕시코-미국과의 독일월드컵 북중미 예선부터 시작돼 팬들이 A매치 경기 등에서 아무렇지 않게 사용해왔다. 데드볼 상황에서 상대가 공을 찰 때 실수를 유도하기 위해 외치는 구호이란 얘기다. 모스크바(러시아)=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