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공은 둥글다.'
축구계에서 너무 뻔한 격언이 돼버린지 오래. '세계인의 축제' 월드컵도 예외는 아니다. 벌써부터 심상치 않은 조짐이다.
2018년 러시아월드컵 초반의 키워드. '이변'이다. 지난 2014년 브라질월드컵 4강에 올랐던 브라질, 독일, 아르헨티나가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모두 이변의 희생양이 됐다.
E조에 속한 FIFA 랭킹 2위 브라질은 18일(이하 한국시각) 6위 스위스를 만났다. 브라질은 1982년 대회부터 2014년까지 월드컵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모두 승리했다. 1차전 9연승으로 역대 최다 연승을 달리고 있었다. '영원한 우승 후보'다운 여유가 느껴지는 대목. 최근 성적도 좋았다. 브라질은 2014년 준결승에서 독일에 충격적인 1대7 패배를 당했다. 이후 브라질 A대표팀은 부진했다. 그러나 2016년 6월 치치 감독 부임 이래 빠르게 안정을 되찾았다. 월드컵 무대를 앞두고 치른 11경기에서 8승3무로 상승세를 탔다.
첫 경기 시작도 나쁘지 않았다. 브라질은 복귀한 네이마르를 필두로 필리페 쿠티뉴, 윌리안, 가브리엘 헤수스가 공격을 이끌었다. 빠른 스피드와 개인기로 볼 점유율을 높여갔다. 전반 20분에는 쿠티뉴의 중거리 슛으로 기선 제압에 성공했다. 하지만 선제 골이 나온 후 스위스의 거친 수비에 막혀 화끈한 공격을 펼치지 못했다. 추가골이 터지지 않자 결국 흐름은 스위스 쪽으로 넘어갔다. 후반 5분 코너킥 기회에서 스위스는 스티븐 주버의 헤더로 동점을 만들었다. 브라질은 스위스의 전방 압박에 공격 전개를 효과적으로 하지 못했다. 끝내 스위스의 골문은 열리지 않았다. E조에서 세르비아가 1승을 거둔 가운데, 브라질과 스위스가 1무로 뒤를 이었다. 크로아티아가 1패. 브라질의 무승부로 E조는 혼돈에 빠졌다. 브라질의 월드컵 첫 경기 9연승도 중단됐다.
'디펜딩 챔피언' 독일은 더 뼈아팠다. 독일은 F조를 넘어 전체 참가국 중 최강팀으로 꼽혔다. 조별리그에서 1위는 떼논 당상이었다. F조는 사실상 2위 싸움이 관건이었다. 한국은 내심 독일의 2연승을 기대했다. 16강 진출을 확정 짓고 3차전에서 만나야 부담이 덜 하기 때문. 그러나 독일은 멕시코와의 F조 조별리그 1차전에서 빠른 역습 한방에 무너졌다. 멕시코는 시종 일관 강한 압박과 역습으로 독일을 위협했다. 전반 35분 이르빙 로사노가 역습 상황에서 골을 터뜨렸고, 멕시코는 선취점을 끝까지 지켰다. 독일은 1990년부터 이어온 조별리그 1차전 7연승 기록이 중단됐다. 안정된 공격과 수비로 이번 대회 우승 후보 1순위로 꼽혔던 독일은 1패를 안은채 부담스러운 출발을 하게 됐다.
D조 아르헨티나는 16일 브라질, 독일에 비해 무난한 첫 상대를 만났다. 토너먼트 대회마다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아이슬란드가 첫 상대. 경기 초반부터 공격을 주도했다. 전반 19분에는 세르히오 아게로가 감각적인 왼발 터닝 슛으로 선제 골을 터뜨렸다. 그러나 아이슬란드는 전반 23분 알프레도 핀보가손이 세컨드 볼을 골로 연결시켰다. 이후 아이슬란드는 촘촘한 수비로 아르헨티나의 파상공세를 막아냈다. 메시 혼자 만의 힘으로는 뚫기 어려웠다. 게다가 메시는 후반전 18분 페널티킥 실축으로 고개를 숙였다. 아르헨티나도 1994년부터 1차전 6연승 기록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아이슬란드의 높이에 완전히 막히며 1대1로 비겼다.
우승 후보 국가의 험난한 출발. 자국민들에게는 뼈 아픈 결과지만 전 세계 축구팬들로서는 더 흥미진진해졌다. 한국을 비롯한 각 팀 마다 셈법이 다르지만, 1차전부터 속출하는 이변 속에 조별리그의 향방은 미궁에 빠졌다.선수민 기자 sunso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