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26·토트넘)은 현재까지 한국 축구가 낳은 최고로 비싼 선수다. 유럽 축구 이적 사이트에서 그의 몸값(이적료)은 1000억원을 넘어섰다. 좀 거품이 있다고 보더라도 손흥민의 가치는 한국을 넘어 아시아 선수 중 단연 최고다. 이 정도로 높게 평가 받았던 선수는 과거 없었다. 돈을 차지할 경우 과거 차범근이 독일 분데스리가, 박지성이 잉글랜드에서 선구자 격으로 축구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건 사실이다. 그렇지만 손흥민은 기록적인 면에서 차붐(차범근)과 박지성을 하나씩 넘어서고 있다. 손흥민은 분데스리가에서 3시즌 연속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했고, 토트넘(잉글랜드)에서도 2시즌 연속 10골 이상을 터트렸다.
태극마크를 단 손흥민도 신태용호의 간판 스타임은 분명하다. 23명의 태극전사 중 최고의 인지도와 몸값, 연봉을 자랑한다. 외국 언론들은 한국을 분석하면서 손흥민을 절대적으로 표현한다. 마치 '손흥민과 아이들'의 팀으로 본다. 손흥민이 러시아월드컵에서 해주지 못하면 한국의 16강은 절대 불가능하다는 식으로 예상하기도 한다. 물론 이런 예상이 지나칠 수 있다. 그렇지만 이런 예상이 다수를 이루는 건 손흥민이 현재 우리나라 대표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손흥민은 토트넘에서 지난 두 시즌을 통해 세계적인 톱 공격수로 성장했다. 토트넘에선 잉글랜드 국가대표 주장 해리 케인에 이은 두번째 골잡이가 됐다. 우리나라 대표팀에선 4년 전 브라질월드컵 '막내'에서 지금은 '간판 얼굴'이 됐다. 주장 기성용이 있지만 사실상의 무게 중심은 손흥민에게 더 실린다. 손흥민은 3년 선배 기성용에게 예의를 다 갖춘다.
손흥민은 러시아월드컵을 준비하면서 강한 책임감을 자주 강조한다. 그는 브라질월드컵과 리우올림픽에서 실패를 경험했다. 통한의 눈물을 쏟아 '울보'가 되기도 했다. 두번째 월드컵인 이번 러시아에선 다른 결과를 내고 싶다.
그런 손흥민에게 보스니아와의 평가전(6월 1일)은 충격이 제법 컸다. 1대3 완패. 변형 스리백이 와르르 무너졌다. 좌우 측면이 무너지면서 3실점. 무득점에 그친 손흥민은 자책했고, 또 동료들에게 분발을 촉구했다. 경기 도중 어이없는 킥을 한 동료를 안타깝게 바라보는 장면이 생중계 화면에 잡히기도 했다. 또 완패 후 출정식을 앞두고 경기장 복도 바닥에 힘없이 주저앉은 모습도 보였다. 그 정도로 손흥민은 승부욕이 강했고 간절하게 이번 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탁월한 기량을 가진 손흥민을 적극 활용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게 한국 축구의 살길이라고 말한다. 손흥민은 지난해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예선 과정에서 지독한 골가뭄에 시달렸다. 소속 클럽에 있다가 대표팀만 오면 골침묵했다. 손흥민이 고립되는 모습이 자주 나왔다. 보여주어야 한다는 부담은 컸고, 도우미는 많지 않았다. 당시 손흥민의 대표팀 스트레스는 이만저만이 아니었다고 한다. 이후 주변의 조언으로 그는 심적 부담을 덜었고 10월 모로코전에서 모처럼만에 A매치 골맛을 봤다.
러시아월드컵 조별리그 스웨덴전(18일)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손흥민은 공격의 최선봉에 설 것이다. 한국이 16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스웨덴전 승리가 절대적일 수 있다. 손흥민이 해결사가 된다면 경기가 매우 순조롭게 풀릴 수 있다. 손흥민이 중심이 돼 '원(one)' 팀이 된다면 신태용호는 강해질 것이다.
손흥민의 눈높이가 높다. 그걸 팀내 다른 선수들과 맞추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 다른 선수들도 손흥민의 장점을 적극 활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 지를 대화를 통해 교감해야 할 것이다. 슈퍼스타가 물 흐르듯 하나의 팀으로 녹아드는 건 쉽지 않다. 그러나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좀 재능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선수를 이해하고 먼저 다가가면 된다. 레오강(오스트리아)=스포츠2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