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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니스엘보', 테니스선수 보다 주부가 더 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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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 백모씨(50)는 몇 개월 전부터 오른쪽 팔꿈치 통증으로 고생하고 있다. 처음에는 빨래를 비틀어 짜거나 설거지 등 집안일을 무리하게 한 날에 통증이 발생했다. 파스를 붙이면 나아지곤 해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집안일을 계속 했다. 이후 통증이 나타났다 사라지는 것이 반복 되더니 최근에는 물 컵만 들어도 통증이 느낄 정도다. 통증이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나타나 주기가 짧아졌다. 밤에는 팔꿈치 통증으로 잠을 이루기 힘들 정도였다. 병원을 찾아가 검사를 받아보니 '테니스엘보'라는 진단을 받았다. 평생 테니스를 쳐본 적도 없던 백씨는 의사의 진단에 의아했다. 하지만 집안일을 많이 하는 주부들에게 쉽게 나타날 수 있는 질병이라는 설명을 듣고 체외충격파 치료를 시작했다. 하지만, 하루도 집안일을 손에서 놓을 수 없다 보니 통증이 사라지지 않았다. 결국, 수술 당일 퇴원이 가능하다는 말에 용기를 내 미세관절내시경을 이용해 손상된 부위를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다.

팔꿈치의 통증으로 병원을 찾는 이들 중에는 '테니스엘보'나 '골프엘보'라는 진단을 받는 경우가 많다. 질환명만 보면 특정 운동선수들에게서 발생하는 질환으로 오해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질환은 손을 많이 사용하는 주부나 목수, 요리사 등에게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최근에는 컴퓨터 사용이 잦은 학생이나 직장인들 가운데서도 질환자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테니스엘보나 골프엘보의 의학적 명칭은 '상과염'이다. 상과는 팔꿈치의 외측과 내측에 튀어 나온 뼈로 손목과 손가락을 움직이는 힘줄이 많이 붙어 있다. 이 부위의 힘줄에 과도한 힘이 가해져 팔꿈치 상과의 염증과 함께 힘줄이 뼈에서 들뜨거나 힘줄의 내부에 미세한 파열이 발생하며 만성적인 통증이 생기는 질환이다.

팔꿈치 바깥쪽이 아픈 '외측상과염'을 테니스엘보, 안쪽이 아픈 '내측상과염'을 골프엘보라 부른다. 질환이 발견된 초기 테니스나 골프를 즐기는 사람들에게서 쉽게 발생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김도훈 제일정형외과병원 원장은 "상과염이 생기면 팔꿈치 안쪽이나 바깥쪽이 뻣뻣해지는 느낌이 들고 통증이 생기면서 아래팔 쪽으로 뻗쳐 나간다"며 "손목에 힘이 들어가는 일을 하기 어렵고, 걸레를 짜거나 물건을 강하게 잡기가 힘들어 일상생활에도 지장을 준다"고 말했다.

팔꿈치 통증이 더 심해지면 방문을 열기 위해 문고리를 돌리기도 어려울 정도로 팔사용이 힘들어진다. 심지어 머리를 빗거나 숟가락을 들기도 힘들어지는 등 일상생활이 어려운 경우도 있다.

김도운 원장은 "증상 초기의 상과염은 충분히 휴식을 취하는 것만으로도 통증이 완화 될 수 있다"며 "하지만, 초기에는 통증을 거의 느낄 수 없어 상태가 악화되고 초기 치료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증상을 심하게 자각할 수 있을 정도면 전문의 도움이 필요한 상태에 이른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증상이 경미할 때는 충분한 휴식과 함께 통증부위를 찜질해주고, 소염제 등의 약물치료를 병행하면 효과가 있다. 최근에는 체외충격파치료를 이용해 통증을 감소시키고 정상적인 염증치유과정을 통해 손상된 조직을 재생시켜 주는 사례가 늘고 있다.

증상이 악화되면서 만성적인 통증과 함께 힘줄 내부의 파열 상태가 지속되는 경우에는 DNA 주사치료방법을 활용한다. Polydeoxyribonucleotide(PDRN)라는 물질을 손상 부분에 주입해 약화된 근육이나 인대 조직을 강화시켜주고 통증을 줄여주는 비수술적 치료다.

비수술적 치료 후에도 통증이 재발하거나 통증은 심하지 않으나 지속적으로 불편감을 느끼는 경우 수술적 치료를 고려해야 한다.

과거에는 팔꿈치 부위를 절개해 병변 부위를 직접 확인하면서 수술을 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초소형 미세관절내시경이 개발되면서 관절내시경을 통해 절개하지 않고 파열된 부위를 제거하는 수술을 시행하는 추세다.

김도훈 원장은 "수술 시간은 20~30분정도로 매우 짧으며 미세한 구멍을 통해 관절내시경을 넣어 시행하기 때문에 쉽고 간편하며 통증과 감염 등의 부작용이 없다"며 "염증과 통증을 효과적으로 감소시키고 무엇보다도 팔 부위 마취만으로 수술을 시행하기 때문에 수술 당일 퇴원해 일상생활로 복귀할 수 있다"고 밝혔다.이규복 기자 kblee341@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