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병수 부산시장은 지난달 28일 기자회견을 갖고 2026년까지 개폐형 돔구장을 건설한다는 안을 발표했다. 서 시장은 "사직야구장 리모델링, 재건축 두 가지 방안을 놓고 전문가와 시민, 부산시 등이 고민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 돔구장은 최대 3만석 규모로 야구 외에 각종 이벤트를 진행할 수 있는 다목적 시설로 활용이 가능하다.
그런데 반응은 차갑다. 전체 사업비의 80%에 달하는 부분을 국비(650억원), 민간자본(2200억원)으로 조달한다는 부분은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보고 있다. 돔구장 입지로 거론된 곳들도 문제점을 안고 있다. 기존 사직야구장 자리에 재건축 형식으로 진행될 경우 롯데는 떠돌이 생활을 해야 한다. 1973년에 개장한 구덕야구장은 지난 2월 철거가 완료됐다. 구덕야구장 철거로 인한 아마야구 시설 부재의 대안으로 개성고 야구장을 개보수했는데, 시설 등 모든 면에서 프로 경기 개최에 부적합하다. 제2 홈구장인 울산 문수구장도 마찬가지다.
시 외곽에 위치한 제2 벡스코, 동부산관광단지 등이 돔구장 후보지로 거론되는데, 흥행과 직결되는 접근성 문제를 피할 수 없다. 일각에선 돔구장 건설안을 선거철마다 등장하는 '선심성 공약' 정도로 보고 있다. 오는 6월 지방선거 결과에 따라 방향이 또 바뀔 수도 있다.
부산 사직구장은 1985년 10월에 개장해 1986년 부터 롯데가 홈구장으로 쓰고 있다. KBO리그에서 가장 열정적인 홈팬의 응원 문화를 자랑하지만 경기장은 낡고 불편하다. 지난 2013년 실시한 안전진단에서 C등급(주요 부재 결함으로 보수 필요)을 받았다. 건물 내부에 균열 및 누수가 진행 중이다. 새구장이 필요한데도 대전과 부산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LG 트윈스와 두산 베어스가 홈으로 쓰고 있는 잠실구장의 경우, 몇 년 전부터 서울시 차원에서 인근에 새구장을 건립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1만3000석 규모인 대전구장은 좁은 부지 등의 문제로 신축이 지속적으로 거론되고 있다.
2만5000석인 사직구장은 리모델링이 돌파구가 될 수도 있다는 얘기도 있다. 하지만 '구도' 부산의 대표 야구장이라는 상징성을 충족시키지 못한다.
'식물상태'인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 활용 방안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2002년 한일월드컵을 앞두고 개장한 아시아드주경기장은 5만3769석 규모의 종합경기장이다. K리그2(2부 리그) 부산 아이파크가 지난해 4월 홈구장을 구덕운동장으로 옮기면서 비어있다. 부산 아이파크는 아시아드주경기장이 규모가 지나치게 큰데다, 그라운드까지 거리가 멀어 경기 관전 환경이 좋지 않다고 판단했다. 흥행을 고려해 홈구장을 이전한 것이다.
축구 A매치는 지난 2004년 11월 독일전 이후 14년간 맥이 끊겼다. 'A매치 부산 개최'는 K리그 흥행을 위한 촉매제로 수 차례 거론되어왔다. 그러나 상대국들이 난색을 표했다. 여건이 좋은 서울이 아닌데다 이동거리도 멀다는 게 이유였다.
아시아드주경기장의 연간 활용빈도는 10회 안팎에 불과하다. 적잖은 관리비가 소요되면서 '돈먹는 하마'라는 달갑잖은 꼬리표를 단 지 오래다. 이럼에도 '한일월드컵 첫 승의 성지', '아시안게임 개최 경기장'의 상징성에 갇혀 활용 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시가 적극적으로 나서기 어려운 상황에서 기업이 거액을 투자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면, 아시아드주경기장을 야구장으로 개조하는 방안도 생각해볼 수 있다. 신축에 비해 부담이 크지 않은데다 유휴 자원 활용을 통한 적자 축소라는 명분도 있다. 물론, 가능하다면 돔구장이 좋겠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라면 여러가지 방안을 모색해봐야 한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