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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 한통, 100명도 와" '나저씨' 따뜻한 후계동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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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이유나 기자]'나의 아저씨'에만 존재하는 따뜻하고 유쾌한 동네, 후계동의 사람들이 시청자들의 마음에 잔잔한 감동을 전하고 있다. 동네는커녕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잘 모르는 경우가 허다한 요즘, 별 것 아닌 일상을 이웃과 나누며 함께 울고 웃는 향수를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온 힘을 다해 세상을 버텨내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로 시청자들에게 진한 공감을 전하는 tvN 수목드라마 '나의 아저씨'(극본 박해영, 연출 김원석, 제작 스튜디오 드래곤, 초록뱀미디어)에는 이 세상 어딘가에 존재할 것만 같은, 그래서 현실에서 꼭 만나고 싶은 동네가 있다. 낡고 허름하지만 끈끈한 정이 가득한 후계동이다.

아저씨 삼형제가 나고 자란 동네, 서울 어귀에 존재한다는 후계동에는 '망가진 사람들'이 살고 있다. 한때는 은행 부행장, 자동차 연구소 소장, 제약회사 이사 등 잘나가던 시절도 있었지만 중년의 아저씨가 된 지금은 모텔에 수건을 대고, 미꾸라지를 수입하고, 청소방을 운영하고 있다. 밤이면 '정희네'에 모여 앉아 소소한 이야기로 하루의 힘듦을 털어내고, 시간 날 때마다 '후계 조기축구회'가 쓰인 점퍼를 입고 몰려다녀 아내의 원성을 듣지만 어쩐지 밉지 않고, 때로는 그들의 끈끈함이 몹시 부럽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지난 10회에서 광일(장기용)에게 맞은 동훈(이선균)을 보고 분개한 후계동 사람들의 한밤중 달리기는 유쾌한 웃음을 선사했다. 이유가 무엇이든 동훈이 맞았다는 사실 하나에 "어떤 놈이야. 잡히기만 해봐"라면서 길길이 뛰던 이들은 웽웽 울며 다가오는 순찰차 소리에 "회사에서 중요한 타이밍이라 경찰서 가면 안된다"고 동훈의 주위를 가렸다. 그리고는 "부딪힌 사람이 욕을 해 시비가 붙었다"는 동훈답지 않은 핑계를 아는 듯 모르는 듯 넘기고, 요순(고두심)과 아내 윤희(이지아)에게 둘러댈 핑계에 머리를 맞댔다. 유치해 보일 수도 있지만, 그 안에 존재하는 정과 의리가 느껴진다.

그래서일까. 이날 동훈은 지안(이지은)에게 "그 놈(광일)이 또 못살게 굴면 그땐 바로 전화해. 전화하면 달려갈 사람 많아. 아무 때고 불러. 100명도 와"라고 했다. 그 이유는 아버지부터 삼형제, 친구 아버지까지 모두 후계 초등학교 출신이라 "한 다리 건널 필요도 없이 모두 아는 사이"이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또한, 대단한 능력자들이라 히어로처럼 모든 것을 해결해 줄 수 있어서도 아니다. 나서부터 평생을 따뜻한 후계동에서 자라온 동훈은 가장 힘들 때 나보다 더 화내주고, 대신 욕해주는 '내 편'이 주는 위안이 얼마나 큰지 알고 있고, 그것이 지안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라는 걸 느꼈기 때문일 터다.

따뜻한 사람들이 모여 퍽퍽한 세상살이를 함께 버텨내는 동네. 이른 아침 하루를 시작할 때 파이팅을 외쳐주고, 늦은 밤 같이 한잔하자며 소소한 일상을 나누는 그곳. 망가짐을 두려워했던 유라(권나라)가 "망가져도 괜찮다"는 걸 깨닫게 했고, 그 때문에 언젠가는 지안 같은 '경직된 인간'도 쉬어가게 할지 모른다는 기대를 준다. 현실적인 이야기 가득한 '나의 아저씨' 안에서, 판타지처럼 느껴지는 이 따뜻한 공간이 "그 동네에서 살고 싶다"는 바람을 갖게 하는 이유다.

'나의 아저씨'는 삶의 무게를 버티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서로를 통해 삶의 의미를 찾고 치유해가는 이야기. 매주 수, 목 밤 9시 30분 방송되며, 국내 방영 24시간 후 매주 목, 금 밤 9시 45분 tvN 아시아를 통해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에서도 방영된다.

ly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