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깨 수술에서 돌아와 두 번째 시즌을 소화하고 있는 LA 다저스 류현진의 초반 기세가 예사롭지 않다. 시즌 종료 후 FA 자격을 얻는 그가 예상을 뛰어넘는 성적을 거두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류현진은 지난 22일(이하 한국시각) 다저스타디움에서 벌어진 워싱턴 내셔널스와의 홈게임에 선발등판해 7이닝 동안 안타 2개와 3볼넷을 내주고 무실점으로 틀어막는 호투를 펼치며 시즌 3승째를 따냈다. 메이저리그 데뷔 이후 손에 꼽을 만한 투구 내용이었다는 평이다. 경기 후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모든 구종이 훌륭했다. 상대 강타자들을 훌륭하게 상대했다"고 칭찬했다.
류현진은 올시즌 4경기에서 22⅔이닝을 투구해 3승1패, 평균자책점 1.99를 기록중이다. 23일 현재 승수와 평균자책점은 팀내 1위이고, 특히 내셔널리그 평균자책점 부문서는 7위에 올랐다. 피안타율 1할4푼1리는 리그 3위다. 에이스인 클레이튼 커쇼는 5경기에서 1승3패, 평균자책점 2.45를 마크했다. 시즌 초 성적을 확대 해석할 필요는 없지만, 류현진이 데뷔 이후 4경기 기준으로 가장 좋은 성적을 낸 것은 사실이다.
시즌 첫 4경기 성적과 평균자책점을 보면 2013년 2승1패-4.01, 2014년 2승1패-2.57, 2017년 4패-4.64였다. 2015~2016년에는 어깨 수술 여파로 두 시즌을 거의 쉬다시피 보냈다. 그러나 복귀 후 정상적인 몸 상태로 선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셈이다.
류현진은 오는 28일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원정경기에서 시즌 4승에 도전한다. 리치 힐이 손톱이 깨지는 부상을 입어 부상자 명단에 오른 가운데 팀내 최고 유망주인 트리플A 오클라호마시티의 워커 뷸러가 콜업을 받고 24일 마이애미 말린스전에 나서고 25일과 26일 경기에 마에다 겐타, 커쇼가 던지면, 27일 휴식일을 거쳐 28일 류현진이 나서는 로테이션이다.
류현진의 올시즌 호투 원동력으로 안정된 제구력과 다양한 볼배합이 꼽힌다. 로버츠 감독이 언급했듯 직구와 커터, 체인지업, 커브 등 4가지 구종을 자유자재로 구사하고 있다. 특히 88마일 안팎의 커터는 홈플레이트에서 살짝 꺾이는 변화가 일품으로 직구와 함께 섞어 던지면서 타자의 타이밍을 완벽하게 빼앗고 있다는 분석이다. 무엇보다 건강한 몸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시즌 풀타임 활약이 기대된다.
류현진은 올시즌을 마치면 계약기간 6년이 종료돼 자유로운 몸이 된다. 성적만 뒷받침된다면 다저스 뿐만 아니라 다른 팀에서도 러브콜을 받을 수 있는 입장에 선다. 사실 올시즌 류현진에 대한 구단이나 현지 언론의 기대치는 높지 않았다. 류현진은 스프링캠프에서 가장 유력한 5선발 후보로 꼽히면서도 경쟁과 테스트를 함께 거쳐야 하는 상황이었다. 시즌 첫 등판이었던 지난 3일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전에서는 3⅔이닝, 5안타, 5볼넷, 3실점으로 우려를 낳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 3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로 승리를 안으며 다저스에서 승리 확률이 가장 높은 선발투수로 자리매김했다.
지난해 말 팬그래프스닷컴은 예측 시스템인 ZiPS(SZymborski Projection System)를 통해 류현진의 2018년 성적을 22경기, 112⅔이닝, 평균자책점 4.15로 예상했다. 2017년 성적(25경기, 126⅔이닝, 평균자책점 3.77, 116탈삼진)보다 나빠질 것이라고 본 것이다. 어깨 상태가 확실하지 않고 팀내 입지도 넓지 않다는 게 이유였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흐름이라면 이를 훨씬 뛰어넘을 공산이 크다.
ZiPS는 적중률이 꽤나 높은 예측 시스템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류현진은 지난해 ZiPS의 예측치를 넘어섰다. 지난해 류현진의 예상 성적은 17경기, 90⅓이닝, 평균자책점 3.99, 73탈삼진이었지만, 실제 성적은 이를 넘어섰다. 올시즌에는 시작부터 ZiPS의 예상을 비웃기라도 하도 맹위를 떨치고 있다.
건강한 몸 상태, 확실한 동기부여를 감안하면 류현진의 계약 마지막 시즌은 흥미롭게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