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20승을 거두며 공동 다승왕에 오른 KIA 타이거즈 헥터 노에시가 충격적인 하루를 보냈다. 헥터는 12일 대전 한화 이글스전에 선발등판해 2이닝 동안 7안타(1홈런) 1볼넷 2탈삼진 7실점으로 무너졌다. 2회를 마치고 조기강판, 3회부터 문경찬이 이어 던졌다. 헥터의 KBO리그 3년 활약을 통틀어 최소이닝 투구다. 이전은 2016년 9월 23일 마산 NC전에서 3이닝을 던졌다.
헥터나 KIA나 당황스러울 수 밖에 없다. 10일과 11일 이틀 연속 한화에 역전패를 당해 스윕 위기에 빠진 KIA는 헥터가 선발로 나서는 12일 경기에 집중했다. 헥터가 최소한 7이닝을 넉넉하게 막아줄거라 생각했지만 예상은 크게 빗나갔다.
지난해만 못한 직구 구위가 화근이 됐다. 이날 최고구속은 150km를 찍었지만 한차례 기록한 수치다. 대부분 140km대 초중반이었다. 143, 144km 언저리가 주를 이뤘다. 직구 구위와 함께 체인지업과 슬라이더의 제구도 힘겨웠다. 한화 타자들은 헥터의 직구를 대놓고 노리고 들어왔다. 한화 정근우는 1회 144km직구를 노리고 들어와 투런 홈런을 터뜨렸다. 2회 3타점 2루타를 친 한화 제라드 호잉도 헥터의 직구를 놓치지 않았다.
KIA 구단 관계자는 "지난해 후반기부터 헥터의 구위가 아주 좋을 때 모습은 아니었다. 하지만 완급조절로 시즌을 치르고 있다"고 했다.
헥터는 전날까지 올시즌 3차례 선발등판에서 2승 평균자책점 4.42를 기록중이었다. 3월 24일 KT위즈전 5⅓이닝 4실점, 3월 30일 LG 트윈스전 6이닝 2실점(선발승), 4월 6일 넥센 히어로즈전 7이닝 3실점(선발승). 꾸준한 활약이지만 지난해 초중반과 같은 위력적인 활약은 아니었다. 특히 한화를 상대로는 지난해 5경기에서 4승1패(평균자책점 3.68)로 자신감이 있었던 헥터였다.
헥터가 흔들리면서 KIA는 고민이 커졌다. 양현종, 팻딘 등 1~3선발은 꾸준히 활약해줬다. 4~5선발을 놓고 한승혁 이민우 등을 고민 중이었다. 헥터의 부진이 좀더 이어진다면 팀이 도약할 힘을 상당부분 잃게 된다. 앞선 등판은 다소 추운날씨 탓이라고 해도 이날은 얘기가 다르다.
한화 타자들이 상승세였다고는 해도 구위로 상대를 제압하지 못하고 피해 다니는 모습도 몇차례 나왔다. 최고 에이스의 부진. 여타 투수들의 그것과는 차원이 다른 파열음을 만들어 내고 있다. 대전=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