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가 시즌 2승에 성공했다. 그 보다 더 의미있는 것은 마침내 터진 찌아구의 마수걸이 골이었다.
제주는 11일 광양전용구장에서 열린 전남과의 2018년 KEB하나은행 K리그1 6라운드에서 전반 20분 터진 찌아구의 결승골과 후반 19분 이창민의 추가골, 후반 35분 김현욱의 쐐기골을 묶어 3대0으로 이겼다. 3경기만에 승리를 더한 제주는 승점 8점 고지를 밟았다.
제주의 가장 큰 고민은 득점력이었다. 제주는 전남전 전까지 5경기에서 단 1골에 그쳤다. 빈공의 여파는 컸다. 제주는 지난 시즌까지 득점력에 관한한 리그 최고 수준을 자랑했다. 올 시즌에는 좀처럼 득점이 터지지 않으며 초반 하위권에 머물렀다.
빈공의 가장 큰 원인은 외국인 공격수의 부진이었다. 제주의 외국인 선수 스카우팅 능력은 정평이 나있다. 네코, 산토스, 자일, 페드로, 로페즈, 마그노 등 매시즌 외국인 선수를 성공시켰다. 올 시즌 이렇다할 영입에 나서지 않은 제주는 대신 외국인 공격수 영입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찌아구와 호벨손이었다.
두 선수는 제주가 오랫동안 영입에 공을 들였다. 스트라이커 찌아구는 제주가 그토록 원했던 장신 공격수다. 1m93-78㎏의 신체조건을 자랑하는 찌아구는 높이와 속도를 두루 겸비했다. 제주는 일찌감치 찌아구 영입전에 뛰어들었지만, 소속팀의 반대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사실 이번 발표를 앞두고도 찌아구의 유럽 진출 여부가 걸리면서 마지막까지 속을 썩였다. 기술과 스피드를 갖춘 호벨손도 비슷한 케이스다. 당초 제주는 지난해 겨울 호벨손을 영입할 계획이었다. 실제 스카우트를 파견해 경기력을 체크까지 했다. 하지만 호벨손의 몸값이 치솟으며 아쉬움을 삼켰다.
제주는 두 선수를 더해 공격의 파괴력을 높일 계획이었다. 기대는 찌아구가 더 컸다.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였던 호벨손과 달리 찌아구는 즉시 전력감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초반 성적표는 최악이었다. 부상까지 겹치며 경기도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다. 찌아구는 지난 3일 세레소 오사카와의 아시아챔피언스리그부터 본격적으로 선발 명단에 이름을 올렸지만 기대 이하였다.
제주의 반전을 위해서는 찌아구의 골이 절실했다. 경기 전 만난 조성환 제주 감독은 "본인이 스트레스가 큰 듯 하다. 분명 가진 것은 있는 선수다. 한골만 터지면 분위기를 바꿀 수 있을텐데…"라고 안타까워 했다. 조 감독은 찌아구를 살리기 위해 류승우-김현욱, 작지만 기술이 좋은 두 명의 공격수를 파트너로 붙여줬다.
찌아구는 마침내 제주의 기대에 부응했다. 활발한 움직임으로 제주의 전방을 이끌던 찌아구는 마침내 K리그 데뷔골을 성공시켰다. 전반 20분 이창민의 스루패스를 받아 골키퍼와 맞서는 찬스를 잡은 찌아구는 침착한 슈팅으로 전남의 골망을 흔들었다. 찌아구는 이날 후반 18분 진성욱과 교체될때까지 날카로운 돌파와 과감한 슈팅을 과시하며 향후 K리그에서 더 좋은 활약을 예고했다. 찌아구의 골이 터진 제주는 막힌 골혈이 뚫린 듯 했다. 후반 19분 이창민이 코너킥 상황서 환상적인 돌파 후 강력한 슈팅으로 추가골을, 후반 35분에는 류승우의 패스를 받은 김현욱이 쐐기골을 터뜨렸다. 마침내 공격이 살아난 제주는 가라앉던 분위기를 바꾸는데 성공했다.
광양=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