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유나 기자]"죄송하다 거듭하며 눈물만"
개그맨 박수홍이 '성추행 물의'로 모든 방송에서 하차한 김생민과 최근 통화한 내용을 공개하며 안타까워했다.
9일 밤 방송된 종합편성채널 채널A '풍문으로 들었쇼'(이하 '풍문쇼')에서 박수홍은 "사실 내가 방송 들어가기 전에 김생민한테 문자를 남겼다. '전화 줄 수 있냐?'고"라고 말했다.
그는 "어제(녹화 전날) 김수용과 통화하면서 계속 울었다고 전해 들었다. 그래서 전화 안 받을까봐 문자 보냈더니 전화가 왔다"며 "처음에 '괜찮니?' 그랬더니 일부러 씩씩하게 '죄송합니다 형님'이라고 답했다"고 말했다.
박수홍은 "'이 프로그램에서 네 입장 표명한 게 없으니까 너는 할 얘기가 있니? 형이 대신 해줄게' 했더니 '정말 죄송합니다. 많이 힘듭니다' 이 말만 반복하면서 울더라"라고 밝혔다. 그가 김생민에게 전화한 이유는 이번 사태에 대한 그의 입장을 대변해 주기 위했던 것.
그는 "개인적으로 (김생민과) 이 사건은 참 매치가 안 된다. 김생민이 이런 일에 연루됐다는 게... 왜냐면 전에 살아왔던 게 주변 동료들한테도 그렇고 정말 올바르고 말 한 번 실수하거나 후배들 하대하거나 했던 적이 없었던 대표적인 친구라서 더 의아하고 더 안타깝다"고 사실상 방송가에서 퇴출 당한 김생민을 지켜볼 수 밖에 없는 선배의 착잡한 심경을 전했다. 박수홍 또한 '미운우리새끼'에서 반전 클럽남 이미지로 대세의 정점을 찍었고, 다시 찾아온 전성기에 방송과 광고계의 러브콜을 받았지만 이후 악플에 시달리며 롤러코스터 같은 연예계의 기복을 느꼈다. 때문에 생애 처음으로 맞은 전성기에서 깊이를 알 수 없는 나락으로 떨어진 후배 김생민의 몰락이 더 가슴 아플 수 밖에 없을 터.
이날 '풍문쇼'에서는 김생민 사건을 다뤘다.
패널로 등장한 개그맨 출신 기자 황영진은 "김생민이 갑자기 대세로 뜨면서 20여개 정도의 CF를 촬영했다. 일부 업체는 위약금으로 개런티의 3배까지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또한 김생민이 프로그램을 갑자기 하차하게 되면서 떠안은 손실에 대해 프로그램의 제작비 일부를 그에게 청구할 계획이라는 얘기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박수홍은 "통상적으로 CF에서 위약금을 무는 경우는 있었지만 프로그램 제작비를 왜 무느냐"고 의아해했다. 이에 황영진은 "왜냐하면 외국에 가서 찍은 것들도 있고 현재 방송이 나가거나 추진중인 것도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홍석천은 "프로그램이 외주 제작사면 더 그럴 수 있다"라고 말했고, 황영진은 "외주 제작사는 방송이 나가지 않으면 제작비를 받지 못한다. 이에 따른 청구 금액이 상당하다고 들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 1991년 연극배우로 데뷔해 1992년 KBS의 특채 개그맨으로 방송가에 들어온 후 '성실'한 활동을 펼쳤던 김생민은 지난 2일 한 매체가 "김생민이 지난 2008년 두 명의 방송 스태프를 상대로 성추행을 했다"고 보도하며 25년만에 찾아온 '제1의 전성기'가 6개월만에 끝났다. 이 매체는 "김생민이 과거 한 프로그램의 회식 자리에서 두 명의 여성 스태프에게 성추행을 했다"며 "해당 프로그램 책임자들은 피해 사실을 1건으로 축소 시켰고, 피해자 중 한 명은 사과를 받지 못 한채 방송국을 떠났다"고 보도했다.
김생민은 보도에 앞서 해당 피해자에게 즉각 사과하고 소속사를 통해 공식사과문을 발표했으나 여론은 더 악화됐다. 이후 김생민은 모든 프로그램에서 하차 입장을 밝혔고, 김생민을 타이틀로 건 모든 프로그램은 폐지됐다. 또한 김생민이 21년 진행한 '연예가중계', 20년 진행한 '출발 비디오 여행' 등 오랜 시간 진행해온 장수 프로그램들에서도 제대로 된 이별 인사도 하지 못한 채 대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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