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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G 연속 무실점' 달라진 전북 수비, 아이러니컬한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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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던 전북 수비가 안정을 되찾고 있는 모양새다.

전북은 지난 8일 열린 K리그1 5라운드 원정경기(2대0 승)에서 포항의 공격을 무실점을 틀어막으면서 올 시즌 처음으로 세 경기 연속 무실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기존까지 2월 20일 키치(홍콩)와의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조별리그 1차전, 3월 1일 울산과의 K리그1 개막전에서 두 경기 연속 무실점을 했을 뿐 이번 시즌 전북이 치른 10경기 중 7경기에서 모두 골을 내줬다. 특히 3월 초중반 톈진 취안젠(중국)과의 ACL 조별리그 리턴매치와 인천전 등 세 경기에서 무려 10골을 헌납해 '절대 1강'의 자존심에 금이 갔다.

하지만 A매치 휴식기 이후 전북은 좀처럼 골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지난달 31일 치른 상주전에선 유럽 원정 2연전에 차출됐던 7명 중 수비수 김민재와 이 용만 선발 출전시키고 이재성은 후반 교체 출전시켰다. 홍정호 김신욱 최철순은 아예 명단에서도 빠졌다.

최강희 전북 감독에게 무실점 경기는 반갑기만 하다. 올 시즌 한 번도 같은 수비라인이 형성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시즌 개막 이후에는 강제적인 로테이션을 시킬 수밖에 없었다. 공격진 말고도 수비진에도 스타들이 즐비해 김민재와 김진수를 붙박이로 두고 센터백과 우측 풀백은 계속해서 바꿔줘야 했다.

하지만 사실상 상주전부터 자연스런 로테이션이 되고 있다. 4월 8경기를 소화해야 하는 살인적인 일정에 대부분의 선수들이 출전과 휴식을 번갈아 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게다가 이번 시즌 몸 상태며 경기감각이 최고조에 오른 김진수가 왼무릎 내측인대 파열로 전력에서 이탈해 있는 상황에서도 대체자원 박원재가 투입돼 물샐 틈 없는 수비를 펼치고 있다.

가장 칭찬해줘야 할 곳은 중앙 수비라인 홍정호-김민재다. 그 동안 둘은 개인 기량은 뛰어나지만 상호보완적인 모습에 약했다. 자신에게 오는 공은 잘 처리하지만 연계적인 플레이가 떨어진다는 평가였다. 그러나 3경기 연속 무실점 경기에선 커버 플레이가 잘 이뤄졌다. 공격적인 수비를 펼치는 김민재가 비운 공간을 홍정호가 잘 메워줬다. 그렇게 둘은 '영혼의 짝'이 돼가고 있다.

무실점은 단지 수비라인만 칭찬받을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미드필더, 공격수들도 중원과 최전방에서 쉴새 없이 뛰어다니며 강한 압박을 해줬기 때문에 조금은 수월하게 수비수들이 공격을 막아낼 수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역시 이 기반에는 '닥공(닥치고 공격)'을 빼놓을 수 없다. 축구는 무작정 라인을 내려 잠근다고 해서 잠기는 것이 아니다. 최 감독은 공격을 통한 수비를 강조하고 있다. 물론 공간을 좁혀 수비를 했을 때보다 많이 뛰어야 하기 때문에 힘이 배로 들 수밖에 없다. 그러나 미세한 차이가 큰 결과를 만들어내고 있다. FC서울은 지난 1일 인천전(1대1 무)에서 선제골을 넣고 의도적으로 수비적으로 전술을 바꿨다가 결국 동점골을 얻어맞고 승점 3점을 날리기도 했다. 한 골을 넣으면 두 골을 넣어 상대 추격 의지를 완전히 꺾어버리려는 전북과 대조되던 장면이었다.

상황은 아이러니컬하다. 포항전을 마친 전북은 9일 곧바로 창원으로 이동, 단독 선두를 질주 중인 경남과의 결전을 준비한다. 그런데 수비의 핵 홍정호의 부상 가능성이 나타났다. 포항전에서 후반 27분 왼쪽 허벅지 뒷 근육을 만지면서 교체됐다. 홍정호는 전주로 내려가 정밀검사를 받을 예정이다. 홍정호마저 부상자 명단에 오를 경우 더블 스쿼드인 전북에도 위기가 닥칠 수 있다. 최대 고비를 앞둔 최 감독의 머리 속은 복잡해지고 있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