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글스 코칭스태프와 프런트가 함박웃음을 지었다. 올시즌 팀의 운명을 짊어진 두 사람은 외국인 투수 키버스 샘슨과 제이슨 휠러였다. 샘슨은 전날(24일) 넥센 히어로즈와의 시즌 개막전에서 4이닝 8안타 4볼넷 8탈삼진 6실저(5자책)으로 무너졌다.
한용덕 한화 감독은 "샘슨에게 아무말도 안했다. 본인이 느꼈을 것이다. 완급조절이 필요한 곳이 KBO리그"라고 말했다. 한 감독은 "휠러의 구위는 확인했다. 스타일만 조금 바꾸면 훨씬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아쉬움을 어찌할 순 없었다.
25일 선발등판한 좌완 제이슨 휠러는 달랐다. 노련하게 마운드에서 넥센 타자들을 괴롭혔다. 확실한 완급조절로 KBO리그 데뷔 무대를 호투로 장식했다. 휠러는 25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넥센 히어로즈와의 시즌 2차전에 선발등판해 7이닝 동안 105개의 볼을 던져 4안타(1홈런) 1볼넷 7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했다. 한화가 4대1로 승리했고, 휠러는 퀄리티 스타트플러스로 선발승을 따냈다.
3-0으로 앞선 7회말 넥센 김민성에서 좌월 1점홈런을 내준 것이 옥에 티였다. 이날 휠러는 낮게 깔리는 직구, 좌우를 파고드는 코너워크.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을 적절하게 곁들이며 좌우로 알맞게 볼을 배합했다. 우타자 몸쪽을 파고드는 슬라이더는 빠르고 날카롭게 떨어졌다. 1선발 샘슨이 흔들리며 침울했던 한화로선 2선발 휠러의 호투로 적잖이 고무됐다.
힐러는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를 거치며 한용덕 한화 감독과 코칭스태프, 프런트의 믿음을 한몸에 받은 바 있다. 제구가 뒷받침되는 피칭 스타일이어서 쉽게 무너지지 않는 투수 유형으로 파악됐다. 성격도 차분하다. 웬만해서는 마운드에서 흥분하는 일도 덜하다. 제구에 대한 장점이 확실해 변화무쌍한 스트라이크존에 적응하는 것도 어렵지 않으리라 봤는데 이날도 경기 초반 주심의 스트라이크존을 확인하려는 듯 높낮이와 좌우 코너를 두루 활용하는 모습이었다.
휠러는 올해 57만5000달러를 받는다. 10개 구단 30명의 외국인 선수 중 최저연봉이다. 메이저리그 경력도 짧다. 하지만 장점이 분명하다. 직구 구속도 시범경기에서 145km, 이날도 최고 143km를 찍었다. 날씨가 더워지면 구속은 더 올라갈 전망이다. 1m98의 장신의 쭉 뻗은 팔에서 볼이 나오고 팔 스윙이 굉장히 빠른 스타일이다. 넥센 타자들은 좀처럼 타이밍을 잡지 못했다. 휠러가 던지면 편하게 경기를 보게 된다던 한 감독의 말은 허언이 아니었다. 고척=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