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켜보면 거의 두 달에 걸친 오디션이었다. 애리조나 스프링캠프부터 시범경기 기간까지. 넥센 히어로즈 장정석 감독의 머릿속에는 '막강 불펜 구축'이라는 숙제가 떠나지 않았다. 그래서 고르고 또 골랐다. 심지어 시범경기 막판 2경기는 아예 '불펜 데이'로 정해 불펜 투수들만 전부 투입해보기도 했다. 후보들에게 똑같은 기회를 주고 이를 통해 옥석을 가리기 위해서였다.
이렇게 고르고 고른 끝에 장 감독은 결국 개막 엔트리 불펜진 구성을 마쳤다. 지난 23일에 발표된 넥센의 개막 엔트리에는 총 10명의 투수가 포함됐다. 원래 보통의 1군 엔트리 투수는 12~13명선이다. 그러나 시즌 개막엔트리 발표 때는 2, 3차전 선발투수들이 빠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올해도 넥센 뿐만 아니라 KIA 타이거즈와 LG 트윈스도 25명 만으로 개막 엔트리를 구성했다.
어쨌든 중요한 건, 넥센의 개막 투수 엔트리 10명에 포함된 불펜 투수들의 활약 여부다. 총 8명이나 된다. 장 감독은 개막 엔트리에 한화 이글스와의 개막전 선발인 에스밀 로저스와 마무리 보직을 부여한 조상우를 제외한 8명을 불펜 투수로 채웠다. 각각의 역할이 모두 다르다. 8명 중 좌완 투수 김성민은 스윙맨 성격이 강하다. 경우에 따라 중간에 긴 이닝을 던지거나 혹은 선발진에 누수가 생겼을 때 긴급 대체 선발 역할을 맡았다.
리드를 확실히 지켜내는 필승조 역할은 일단 이보근과 김상수 그리고 좌완투수 오주원에게 부여됐다. 경험이 풍부한 선수들이라 위기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흔들리지 않을 것으로 기대된다. 시범경기를 통해 구위 점검도 마쳤다. 사실상 이들이 불펜의 중심 역할을 해줘야 팀이 안정될 수 있다.
김선기와 하영민 김동준 이영준(좌완)은 불펜 2선들이다. 필승조의 체력이 떨어졌을 때나 갑자기 흔들릴 때, 혹은 필승조를 아껴야 하는 추격 상황에 등판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이 중에 하영민은 장 감독이 스프링캠프부터 주목해왔던 투수다. 장기적 관점에서 선발 전환 가능성을 염두하고 롱 릴리프로 등장할 듯 하다.
물론 넥센이 한 시즌 내내 이 투수들만으로 불펜을 운용하는 건 아니다. 새로운 투수가 2군에서의 활약으로 올라올 수도 있고, 기존 선수가 부진해 엔트리에 제외될 수도 있다. 하지만 개막 엔트리는 상징성이 있다. 감독이 비시즌 내내 심사숙고 한 결과물이다. 과연 장 감독의 선택은 어떤 결과로 이어지게 될까. 넥센의 불펜은 올해 강하게 승리를 받쳐줄 수 있을까. 결과는 곧 확인할 수 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