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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만난다더니…'정재성의 영면이 더 비통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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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오전 수원시 아주대학병원 장례식장. 한국 배드민턴 역사에 한획을 그었던 정재성 삼성전기 감독의 영결식이 치러졌다.

불과 36세의 그는 지난 9일 경기도 화성시 자택에서 잠을 자던 중 돌연 세상을 떠났다. 심장마비로 추정됐다. 지난해 43년의 생을 마감한 조진호 전 부산 아이파크 감독과 비슷한 케이스다. 체육인으로서 열정이 넘쳐 제자 선수들을 늘 먼저 챙겼지만 정작 자신은 감독이란 자리가 주는 스트레스를 미처 다스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영정을 앞세운 영결식 행렬 앞줄에 이용대(30·요넥스)가 섰다. 비통한 마음으로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정재성의 23년 선수생활에서 가장 잊을 수 없는 '짝꿍'이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 김동문-하태권이 남자복식 금메달을 차지한 이후 한국 남자 배드민턴 복식조의 후계자는 2006년 정재성-이용대였다. 당시 고교 2년이던 이용대는 큰 형님 같던 정재성을 따라 쑥쑥 성장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희비는 엇갈렸다. 정재성-이용대의 남자복식은 1회전 탈락, 이용대-이효정 혼합복식은 기적같은 금메달을 따며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

이를 계기로 정재성-이용대는 남자복식 강화에 더욱 집중했고 세계랭킹 1위의 시대를 누렸다. 2012년 최고 권위 대회 전영오픈에서 우승이란 금자탑을 세웠다. 이후 한국 배드민턴은 2017년 장예나-이소희(여자복식)의 우승까지 4년간 전영오픈 정상에 서지 못했다. 결국 정재성은 은퇴 무대인 런던올림픽에서 4년 전 아픔을 딛고 동메달을 획득한 뒤 이용대를 끌어안고 펑펑 울며 감동을 선사했다.



정재성 은퇴 이후 이용대는 2016년 리우올림픽까지 국가대표로 뛰면서 같은 소속팀(삼성전기)과 대표팀에서 코치-선수로서 인연을 이어왔다.

10년 세월을 한솥밥을 먹던 두 사람이 헤어진 것은 2017년, 이용대가 요넥스로 이적하면서다. 하지만 잠깐이라 여겼다. 당시 정재성은 떠나는 이용대에 대해 "실업팀 선수로서 좋은 조건을 추구하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용대도 세월이 지나면 은퇴할 날을 맞을 것이고 그때 가서 대표팀이든, 실업팀이든 지도자로 다시 의기투합할 기회가 오지않겠나. 용대와도 그렇게 덕담을 주고 받았다. 나중에 나이 먹고 서로 의지할 사람이 필요할 때 다시 만나자고…"라며 새로운 '만남'을 기약한 바 있다.

그랬던 그가 갑작스럽게 너무 일찍 세상을 등졌다. 홀로 남은 이용대의 가슴이 찢어질 수 밖에 없다. 삼성전기 여자부 감독으로 승진한 뒤 데뷔전(봄철리그전)을 불과 2주일 앞둔 시점이었다.

'영원한 짝꿍'을 온전히 보내지 못한 이용대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런던올림픽 추억의 사진과 함께 'You will be in our heart forever. Rest In Peace Jung Jae Sung(당신은 우리 마음속에 영원히 살아있습니다. 편히 잠드소서)'라고 애도했다.

정재성 부부는 '셔틀콕 부부' 전통의 막내 격이라 배드민턴계를 더욱 비통하게 하고 있다. 정재성은 2011년 5월 10년 열애 끝에 동갑내기 최아람씨와 결혼해 화제가 됐다. 현재 두 자녀를 두고 있다. 아내 최씨는 주니어대표를 지낸 배드민턴인이다. 라경민 대표팀 코치(42)의 고교(미림여자정보과학고) 절친 후배이기도 하다. 이들의 결혼이 화제가 된 것은 부부 커플이 유독 많은 배드민턴계 전통을 잇는 경사였기 때문이다. 서명원(대교에듀캠프 대표)-이정미(전 주니어대표), 김중수(배드민턴협회 부회장)-정명희(화순군청 감독), 성한국(전 대표팀 감독)-김연자(한국체대 교수), 김문수(성남시청 감독)-유상희(전 국가대표), 김동문(원광대 교수)-라경민에 이어 가장 최근 셔틀콕 부부 클럽에 가입했다. 출산 계획도 미룬 아내의 내조 덕분에 정재성은 결혼 이듬해 올림픽 메달의 꿈을 이루기도 했다.

배드민턴계 원로 관계자는 "선배 부부들은 알콩달콩 잘 살고 있는데…, 이제 감독으로 승진해서 본격적으로 지도자의 꿈을 펼칠 것이라 주변의 기대도 컸다"며 "모두 가족같은 후배 커플인 데다, 너무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나 주변의 비통함은 더 심하다"고 말했다.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