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피겨에도 쿼드러플(4회전) 점프의 시대가 도래하는가.
11일(한국시각) 불가리아 소피아 아르믹 아레나에서 열린 2017~2018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스케이팅 주니어 세계선수권대회. 러시아의 13세 천재소녀 알렉산드라 트루소바의 연기가 시작됐다. 그는 첫번째 점프에서 쿼드러플 살코를 깨끗하게 수행한데 이어 두번째 점프에서 쿼드러플 토루프까지 성공시키며 피겨팬들을 경악케 했다. 그는 쿼드러플 살코로 기본점수 10.50점에 수행점수(GOE) 2점을 추가해 12.5점, 쿼드러플 토루프로 기본 점수 10.30점에 GOE 0.57점을 더해 10.87점, 두가지 점프로만 무려 23.37점을 획득했다.
남자 피겨는 쿼드러플 점프의 전성시대다. 쿼드러플 점프를 뛰지 않고는 명함을 내밀 수가 없다. 세계 최강자 하뉴 유즈루를 비롯해 우노 쇼마(이상 일본), 하비에르 페르난데스(스페인), 진보양(중국) 등이 경쟁적으로 쿼드러플 점프의 숫자를 늘리며 각종 이벤트에서 점프 전쟁을 펼치고 있다. 미국의 '점프 괴물' 네이선 천은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남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무려 6번의 4회전 점프를 성공시키기도 했다.
여자 싱글에서 쿼드러플 점프는 먼 이야기였다. 일본의 안도 미키가 2002년 주니어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쿼드러플 살코를 성공시킨 이후 사실상 사라졌다. 3회전 반을 뛰는 트리플 악셀을 뛰는 선수도 좀처럼 보기 어렵다. 현재 여자 싱글 최고수로 이번 평창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과 은메달을 나눠가진 러시아의 알리나 자기토바(15)와 예브게니야 메드베데바(18) 역시 트리플 악셀을 소화하지 않는다. 쿼드러플 점프는 엄청난 체력과 신체적 부담을 유발한다. 남자 선수들에게도 쉽지 않은 도전이다. 주니어 시절 간간히 쿼드러플 점프를 시도했던 차준환(17)도 시니어 전환 첫 해인 올 시즌 부상 등을 이유로 쿼드러플 점프를 프로그램에서 뺐다.
트루소바는 그런 쿼드러플 점프를, 그것도 연이어 성공시켰다. 이 뿐만이 아니다. 그의 점프 구성은 혀를 내두르게 할 정도다. 프로그램 전반부 4회전 점프를 두차례나 뛴 트루소바는 후반부에 트리플 러츠와 트리플 플립+하프 루프+트리플 살코 콤비네이션 점프, 트리플 러츠+트리플 루프 콤비네이션 점프, 트리플 플립+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 더블 악셀을 모두 실수 없이 해냈다. 트루소바의 프로그램 기술 난이도는 주니어는 물론 시니어를 통틀어도 최고 수준이었다. 남자 싱글 정상급 선수들과 맞먹을 정도였다. 점프 외에도 스핀 요소까지 모두 최고 등급인 레벨 4를 기록한 트루소바는 주니어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 역대 최고 점수인 153.49점을 받았다. 평창올림픽에서 자기토바가 기록한 156.65점(기술점수(TES) 81.62점+예술점수(PCS) 75.03점)에 육박하는 점수였다. TES는 92.35점에 달했다.
트루소바는 쇼트프로그램 점수 72.03점을 더해 총점 225.52점으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그가 기록한 총점은 주니어 신기록이자 시니어를 포함해 역대 4위에 달하는 점수다. 그의 나이 이제 13세다. 물론 성장과정에서 신체 밸런스가 무너지며, 시니어에서 주니어만큼 점프를 소화하지 못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하지만 트루소바의 점프는 차원이 달랐다. 올 시즌 ISU 주니어 무대에 데뷔한 트루소바는 단숨에 주니어를 정복하더니 실전에서 4회전 점프를 성공시키는 기염을 토했다. 그의 쿼드러플 성공으로 여자 싱글 역시 쿼드러플 시대로 접어들 가능성이 높아졌다. 국내에서는 유 영(14)이 2016년 대회에서 쿼드러플 점프를 시도한 바 있다.
한편, 임은수(15)와 유 영은 톱10 진입에 성공했다. 임은수는 프리스케이팅에서 122.16점을 받으며 지난해 9월 주니어 그랑프리 2차 대회에서 기록한 개인 ISU 최고점(121.55점)을 넘었다. 그는 쇼트프로그램 62.96점과 합쳐 185.12점으로 5위에 올랐다. 지난해 같은 대회 4위에 이어 2년 연속 5위권 내에 들었다. 유 영은 아쉬운 점프 실수로 111.99점에 머물며 총점 171.78점으로 종합 9위를 차지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