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켈레톤 황제' 마르틴스 두쿠르스(34·라트비아)는 후대 스포츠 역사에 비운의 스타로 기록될 것 같다.
그는 스켈레톤 월드컵에선 윤성빈의 등장 이전까지 언터처블로 통했다. 그의 아성에 범접할 경쟁자가 보이지 않았다. 장기집권으로 세력을 공공히 했다. 2016~2017시즌까지 8시즌 연속 랭킹 1위였다.
그러나 두쿠르스는 올림픽 무대에서만은 조금씩 부족했다. 첫 출전한 2006년 토리노대회(이탈리아)에선 7위를 신고했다.
그리고 두번째 출전이었던 2010년 밴쿠버대회에선 캐나다 홈팬들의 일방적인 응원을 등에 업은 존 몽고메리(캐나다)에게 졌다. 아쉬운 첫 은메달.
두쿠르스는 그 후 4년 동안 '칼'을 갈았다. 하지만 그는 2014년 소치대회에서도 우승에 한발짝 부족해 준우승에 머물렀다. 당시엔 러시아 홈 이점을 살린 알렉산더 트레티아코프(러시아)에게 금메달을 내줬다.
두쿠르스는 다시 4년을 기다렸다. 하지만 그는 이번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예전의 명성을 잃어가고 있었다. 동양의 '신성' 윤성빈의 가파른 상승세에 따라잡혔다. 2017~2018시즌 월드컵에서 이미 두쿠르스는 최고의 자리를 윤성빈에게 내주고 평창 올림픽 슬라이딩센터에 왔다. 윤성빈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싸움. 두쿠르스는 올림픽 네번째 도전에서 또 은메달에 그쳤다. 두쿠르스는 세차례 연속으로 개최국 선수의 벽을 넘지 못했다. 이번에 마지막 4차시기에서 실수하면서 4위로 노메달 부진했다. 일부에선 "두쿠르스가 우승하기 위해선 자국 라트비아에서 올림픽을 개최해야 한다"는 농담섞인 위로의 말까지 나온다.
두쿠르스의 별명은 '슈퍼맨'이다. 형 토마스 두쿠르스도 세계적인 스켈레톤 선수다. 이번 대회에도 함께 출전했다. 두쿠르스 아버지 대니스는 스켈레톤 지도자로 두 아들을 가르쳤다.
두쿠르스는 1998년 스켈레톤에 입문했다. 그의 아버지가 아들에게 스켈레톤을 권유했다고 한다.
평창=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