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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이슈] 女감독 성폭행 피해자 "사과 원해" vs 이현주 감독 "유죄 억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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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세상을 떠들석하게 만든 '동성 성폭행'의 주인공이 지난해 '연애담'으로 각종 영화상에서 수상을 휩쓴 이현주 감독으로 밝혀졌다. 그동안 침묵했던 이현주 감독이 입장을 밝히면서 사건이 새 국면에 접어든 것. 법원의 유죄 판결이 억울하다는 이현주 감독과 진심 어린 사과를 바란다는 피해자. 두 사람의 극과 극 입장 차에 대중은 어떤 시비를 내릴까.

이현주 감독은 지난 2015년 같은 영화학교(한국영화아카데미) 동기였던 여감독 A로부터 강간 혐의로 고소당했다. 피해자인 여감독 A에 따르면 이현주 감독은 술에 취해 의식이 없는 피해자에 유사 성행위를 했다는 것. 피해자는 곧바로 이현주 감독을 강간 혐의로 고소해 재판을 이어갔고 2년여에 걸친 재판 끝에 대법원은 지난해 12월 이현주 감독에게 준유사강간이라는 판결을 내렸다. 법원은 이현주 감독에게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 성폭력 교육 40시간 이수 명령을 내렸다. 여성 간의 성폭력 사건으로는 최초의 유죄 판결인 셈. 법원의 판결을 받은 피해자와 피해자의 남자친구는 최근 자신의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미투(Me Too) 캠페인'을 보고 용기를 얻었다며 자신이 겪은 동성 성폭행 사건을 폭로했다. 이후 피해자의 남자친구는 피해자와 자신이 이 사건으로 인한 정신적 피해, 모르쇠로 일관하는 가해자(이현주 감독)의 태도, 합의를 종용한 한국영화아카데미의 K교수에 대해 불만을 토로했다.

▶ 피해자 A감독 "가해자, 유죄 판결 이후 진정한 사과 없어"

피해자는 자신의 SNS에 "'피해자는 죄가 없다'는 말이 나의 가슴을 두들겼다. 나는 2015년 봄, 동료이자 동기인 여자 감독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 가해자가 재판을 수십번 연기한 탓에 재판은 2년을 끌었고 작년 12월 대법원 선고가 내려졌다. 재판 기간 동안 가해자는 본인이 만든 영화와 관련한 홍보활동 및 GV, 각종 대외 행사, 영화제 등에 모두 참석했다. 올해 여성영화인상까지 받은 가해자의 행보는 내게 놀라움을 넘어 인간이란 종에 대한 씁쓸함마저 들게 했다. 재판 기간 내내 진심어린 반성 대신 나를 레즈비언으로 몰고 나의 작품을 성적 호기심과 연관시켰다. 내 남자친구와의 관계를 위장한 관계처럼 몰아가기 바쁜 가해자를 보며 자신의 명성이나 위신 때문에 그 쉬운 사과한마디 하지 못하는 인간을 한때 친한 언리라고 불렀던 내가 밉기도 했다. 이 일의 배경이 됐던 학교 교수는 가해자를 통해 이 사실을 알고 수차례 나를 불러 고소를 취하하려고 종용했다. '여자들끼리 이런 일 일어난 게 대수냐' 등의 고소 취하를 요구했다"고 폭로해 논란이 됐다.

피해자를 대신해 심경을 대신 전한 약혼자는 6일 오전 스포츠조선과 인터뷰에서 "2년간 재판을 이어갔고 최근에서야 판결을 받았다. '왜 이제서야 사건을 폭로했나?'라고 의문을 가질 수도 있겠지만 사실 재판 과정으로 많이 지친 상태다. 동성 간 성폭행 사건 인식의 문제가 있었기도 했고 재판 과정도 너무 길고 힘들었다. 가해자는 1심 때부터 일고의 가치도 없는 황당한 주장을 해왔다. 그런 주장에 우리는 너무 많이 지쳤다. 맞는 것을 증명하는 것보다 아닌 것을 증명하는 게 더 힘이 든다는 걸 이번에 뼈저리게 느꼈다. 늦게나마 온라인 커뮤니티로 우리의 생각과 사건 정황을 알리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고 답했다.

이어 "판결 결과에 대해 만족하지 않지만 더이상 할 방법이 없다. 진정으로 우리가 원하는 부분은 가해자의 진심 어린 사과다. 아직도 가해자와 이런 가해자와 합의를 종용했던 K교수는 보도가 된 지금까지도 사과가 없다. 가해자와 K교수는 여전히 무대응인 상황이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피해자의 약혼자는 "우리가 용기 내 올린 글에 동성간 성폭력 인식이 많이 바뀌었고 실제 우리와 같은 사례가 있었지만 말하지 못한 이들에게도 도움을 줄 수 있어 다행이기도 하다. 다만 우리로 인해 어렵게 빛을 보게 된 여성 영화인들이 다시 힘든 시기를 겪게 되는 것이 아닌가, 목소리가 줄어들까 우려스럽다"고 입장을 전했다.

▶ 이현주 감독 "피해자의 일방적인 주장, 유죄 판결 억울해"

반면 피해자 측의 폭로에도 이렇다 할 입장을 내비치지 않았던 이현주 감독은 오랜 고심 끝에 보도자료로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스스로 실명을 밝힌 이현주 감독은 피해자의 주장과 재판부의 판결에 반박했다. 피해자가 폭로한 것과 다른 쟁점을 밝히며 유죄를 받은 사실에 억울함을 토로했다.

이현주 감독은 "'연애담'을 함께 만들어 준 분들, 작품을 아껴주셨던 관객들에게 이 사건으로 심려를 끼쳐 죄송한 마음이다. 이 사건에 대해 피해자와 피해자의 남자친구가 인터뷰하며 사회적 파장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내 입장을 밝히는데 다소 시간이 걸렸다. 나 역시 이 사건으로 많은 수사와 재판을 거치는 동안 상상하기 힘든 고통 속에서 살아왔고 속사정을 말로 꺼내기가 너무나 힘들었기 때문이다"며 "나는 지금까지 동성애자(성 소수자)라는 성 정체성에 대해 피해자를 포함한 몇몇 지인들 외에 그 누구에게도 밝히지 못했다. 나의 성 정체성이 밝혀졌을 때 가족, 지인들이 받을 충격과 영화 시장의 곱지 않은 시선 등 우리 사회 성 소수자들이 처한 상황을 생각하면 커밍아웃할 용기가 생기지 않았다. 이 사건으로 인해 내가 원하지 않는 시점에, 의도하지 않은 방향으로 성 정체성이 드러나게 됐다. 이 사건으로 인한 나의 입장을 공식적으로 표명하기 전 가족이 받았을 충격과 아픔을 먼저 위로하고 싶었다"고 뒤늦은 입장 표명에 대해 설명했다.

이어 이현주 감독은 당시 피해자와 겪은 사건에 대해 직접 해명하며 억울함을 피력했다. 그는 "영화학교에서 피해자를 만나게 됐고 함께 영화를 고민하며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눴고 이후 친밀한 관계로 지냈다. 피해자는 내가 성 소수자임을 알고 있는 몇 안 되는 사람 중 하나로 그만큼 친분이 깊었다. 그러던 중 2015년 4월 초순께 피해자와 남자 지인들과 함께 술자리를 가지게 됐는데 피해자가 만취한 상태였고 일행들의 부탁을 받고 피해자를 술자리와 가까운 모텔에 데려다줬다. 만취한 피해자는 잠에서 깬 후 내게 울면서 고민을 털어놨고 피해자를 위로하던 중 자연스럽게 성관계를 갖게 됐다. 피해자가 나와 성관계를 원한다고 여길만한 여러 가지 사정들이 있었기 때문에 당연히 피해자의 동의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이후 피해자는 지난날 있었던 일을 기억하지 못했고 나는 당시의 일에 대해 설명하며 기억을 환기해줬다. 무엇보다 사건을 설명한 이후에 지인들과 메신저에서 함께 이야기를 나눴고 피해자가 나에게 물건을 빌려주는 등 서로 간에 불편한 상황이 없었다. 이런 이유로 피해자가 불쾌해하거나 고통스러워할 것이라는 생각을 전혀 못 했다"고 답했다.

그는 "그런데 그날 저녁 피해자의 남자친구에게 전화가 왔고 서로 격양된 상태에서 통화했고 다음 날 피해자와 통화도 서로 감정이 상한 상태에서 대화를 나눠야 했다. 그 후 한동안 연락이 없다가 한 달 뒤 나를 고소한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 고소가 언급되던 시점에 피해자는 남자친구와 관계 때문이라도 자신에게 어떤 잘못도 없음을 확인받고 싶어 했다. 나의 일방적인 잘못이었음을 인정하면 아무 일도 없었던 일로 눈감아 주겠다고 했다. 하지만 나는 거짓말을 할 수 없어 피해자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고 피해자와 상반된 상황을 전했다.

이 감독은 "피해자가 나를 고소한 이후 피해자에 대한 어떠한 사과도 할 수 없었고 어떻게 마음이 상했는지 물어볼 수 없었다. 이미 수사가 시작된 상태였고 피의자 신분으로 피해자에게 연락을 하는 것은 좋지 않다는 주위의 조언이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모든 사실을 숨김없이 이야기했고 이 일을 무마하거나 축소시키려고 한 적이 전혀 없다. 만약 내가 피해자의 동의 없이 범행을 저질렀다면 애초에 피해자에게 그날의 일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지 않았을 것이다. 또 피해자 요구대로 사과를 하고 없었던 일로 만들려고 노력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피해자에게 처음부터 진실을 이야기 했고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도 성 정체성에 대한 편견 속에 모든 것을 털어놨다. 무엇보다 K교수에게 피해자와 합의를 부탁한 사실이 전혀 없다. 합의를 하게 되면 오히려 유죄를 인정하는 것이라고 들었기 때문에 무죄를 주장하는 나로서는 그런 합의에 대한 생각을 할 수 없었다. 재판 중 K교수를 통해 피해자가 원하는 것은 사과며 시시비비를 떠나 감정적인 상처를 준 것에 대해 인정하고 사건에 대해 발설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는 것이 어떻겠냐는 입장을 전달 받았다. K교수의 이야기를 듣고 피해자에게 진심으로 사과했다. 물론 이는 그 일에 대해 내가 범행을 인정한다는 뜻의 사과는 아니었다. 그리고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도 동성애에 대한 편견과 왜곡된 시선을 감당해야 했다. 재판부는 내 주장에 대해 일견 타당해 보인다고 하면서도 혹시라도 무죄를 선고하게 되면 피해자를 성 소수자로 보이게 만드는 게 아니냐며 오히려 피해자에게 피해를 입히는 것이라는 말을 했다. 또 판사로부터 '당신이 남자가 아니란 걸 증명하라' '어떤 성행위를 했나' 등의 질문을 받아야만 했다. 성 정체성을 이해시켜드리기 위해 여러 자료를 찾아 제출하기도 했지만 결국 유죄 판결을 받았다"고 억울한 심경을 밝혔다.

마지막으로 이 감독은 "재판부의 판단을 겸허히 받아들이지만 나는 너무나 억울하다"며 "내게 내려진 판결과 그에 따른 처벌이 앞으로는 더욱 신중하고 열심히 살라는 의미로 받아들이려고 노력했다. 피해자 입장에서 내가 생각했던 것과 달리 동의하지 않은 것으로 여겼을 수도 있겠다는 점을 담담히 받아들이고 있다. 고소를 당하고 재판을 받으면서 지금까지 심리 상담 치료를 받고 있고 왜 이러한 일이 내게 벌어졌는데 하루하루 반성하고 있었다. 내 양심에 거리낌 없이 떳떳하게 행동하고 스스로에게 거짓말하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해 살아왔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이 매우 참담하다. 나는 여성이며 동성애자이고 그에 대한 영화를 찍었던 입장에서 스스로 너무나 괴롭다"고 성토했다.

soulhn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