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스트 이벤트 때와 180도 다를 겁니다."
황성태 프리스타일스키 모굴 대표팀 코치는 국내에서 손꼽히는 모굴(둔 덕) 전문가 겸 빌더(만드는 사람)다. 그는 이번 평창동계올림픽에서 미카엘 킹스버리(캐나다) 최재우 같은 세계적인 선수들이 탈 모굴밭(휘닉스 스노 경기장)을 직접 만들었다. 잠시 대표팀 코치직을 놓고 한국 첫 올림픽 모굴 코스 위원장(Chief of Course)을 맡았다.
황성태 코치가 위원장을 맡은 지 2년이 됐다. 그리고 평창 휘닉스 스노 파크에 국내 첫 올림픽 규격 모굴 슬로프가 탄생했다. 공식 훈련 개시를 하루 앞두고 막바지 점검 중인 그를 4일 만났다.
그는 완성된 이번 모굴 코스에 대해 "난이도가 높다"고 공개했다. 황 위원장은 "작년 테스트 이벤트 코스는 (난이도를) 굉장히 쉽게 만들었다. 잘 하는 선수들이라면 누구나 잘 탈 수 있게 만들었다. 반면 이번엔 전부 뒤집었다. 선수들이 굉장히 큰 차이를 느낄 것이다. 누가 타도 까다롭다는 느낌이 들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모굴은 프리스타일스키의 한 종목이다. 약 250m(길이) 경사 28도 슬로프에 설치된 둔 덕 사이를 내려오면서 두 차례 공중 점프 연기를 펼친다. 턴 점수 60%, 공중 동작 20%, 시간 점수 20%로 순위를 매긴다.
모굴 코스는 만들기에 따라 난이도가 천차만별이다. FIS(국제스키연맹)가 정한 규정 범위 내에서 코스 위원장의 제량에 따라 제작된다. 난이도는 슬로프 경사도, 모굴 사이즈, 모굴과 점프 사이 '트랜지션(거리)' 등의 변수에 따라 달라진다.
황성태 위원장은 "테스트 이벤트 때와 비교하면 슬로프 경사도를 높였고, 모굴 간격도 넓은 쪽에서 계속 좁게 만들었다. 트랜지션의 거리도 짧게 만들어 선수들에게 큰 부담을 주었다. 실력으로 모굴을 타지 않으면 뒤처지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FIS가 정한 규정상 트랜지션은 최대 5m. 작년 테스트 이벤트와 이번 올림픽 코스 트랜지션의 거리차는 2~3m. 도약 거리가 확 줄었고 그만큼 선수들은 적응에 시간이 필요하다.
지난해 2월 테스트 이벤트 때 우승자 킹스버리의 점수는 86.71점이었다. 킹스버리는 이번 평창올림픽 우승 1순위로 꼽히는 '모굴 킹'이다. 당시 최재우는 80.84점으로 10위에 올랐었다. 킹스버리는 현재 월드컵 랭킹 1위이고, 최재우는 4위다.
황성태 위원장은 "난이도를 높였다고 하지만 세계적인 선수들 중 90점을 넘기는 선수가 나올 수 있다"면서 "이번 올림픽에선 월드컵 보다 충분한 트레이닝 시간을 준다. 따라서 코스에 빨리 적응하면 제기량을 발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모굴 공식 연습은 5일 시작한다. 남자 모굴 1차 예선은 9일이다. 2차 예선과 결선(20강, 12강, 6강)은 12일 열린다.
황성태 위원장은 이번에 모굴 빌더로 참가한 것에 큰 자부심을 갖고 있다. 그는 "코치와 코스 위원장을 두고 고민 끝에 결정했다. 국내에서 열리지 않았다면 내가 코스 위원장이 되기 어려웠다. 토종 위원장이 하면 우리나라 선수들에게 단 1%라도 홈 이점이 돌아갈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모굴 코스를 만드는데 핵심 기술자 포함 약 40여명이 매달렸다. 모굴은 기계 장비로 눈을 한데 모아서 깃대를 세우고 눈사람을 만들 듯 손으로 다듬는 과정을 거쳤다. 이 과정에서 FIS 규정에 맞게 모굴 크기와 간격 등을 맞춰 진행했다. 황성태 위원장이 이끄는 팀은 지난 1년 동안 수 차례 연습과 시행착오를 거쳤다. 그는 "최재우를 비롯한 우리 대표 모굴팀 4명이 홈 이점을 최대한 살려 좋은 성적을 냈으면 더 큰 보람을 느낄 것 같다"고 말했다.
평창=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