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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①] '막영애' 김현숙 "영애씨 최고의 남자? '싼쵸' 김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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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대놓고 '막돼먹었다'고 말하지만 사실은 가장 막돼먹지 못한 영애씨, 배우 김현숙을 만났다.

김현숙은 tvN의 개국공신인 '막돼먹은 영애씨' 시리즈를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는 일등 공신이다. '막돼먹은 영애씨'는 2007년 4월 20일 첫 방송돼 최근 시즌 16을 마무리 지은 국내 최장수 시즌제 드라마다. 외모는 평균 이하이지만 마음만은 따뜻한 이영애(김현숙)와 그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현실적으로 그려내며 공감대를 형성한 탓에 수많은 골수팬을 거느린 채 지금까지 그 화력을 발휘하고 있다. 강산도 변하는 시간 동안 이 드라마를 끌고 온 김현숙은 "영애씨가 나고, 내가 영애씨"라고 말한다.

"당연히 영애와 나의 삶은 혼동된다. 인생의 한 부분이 됐다. 2003년 '챔피언' 단역부터 연기를 시작하긴 했지만 본격적으로 주요 배역을 맡아서 한걸 따지면 '막돼먹은 영애씨'는 거의 인생의 반이다. 이제는 혼동 정도가 아니다. 끝나면 헛헛하고 우울하다. 그 인생을 살다 내 인생으로 돌아오려다 보니 혼동되는 게 있다. 끝날 때마다 매번 힘든 건 똑같은 것 같다. 습관이 안되더라. 오히려 길게 가다 보니 감정이 더 깊어진다. 그러다 보니 더 끝날때쯤 되면 더 그런 것 같다."

노처녀였던 이영애가 이번 시즌에서 혼전임신으로 결혼하기까지. 10년 간 이영애의 성장을 그리며 배우 김현숙 본인도 결혼과 임신, 출산 과정을 거쳤다. 그러다 보니 좀더 개인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진심이 연기에도 녹아들어 캐릭터와의 밀착이 강해졌다고.

"나는 어릴 때부터 홀어머니 밑에서 자랐다. 우리 엄마는 우리 세 명을 키우며 얼마나 힘들었을까 싶어서 진통할 때도 엄마 때문에 눈물이 났다. 그런 공감대가 있다 보니 극중에서 엄마(김정화)가 찾아왔을 때도 그렇고 가족의 에피소드가 기억에 남더라. 또 임신테스트기를 보고 뒷골이 서늘하고 당황스러웠던 기억, 일과 육아를 모두 잘하고 싶은데 현실과 이상에 대한 괴리감, 임신하고의 고군분투 등에 많은 공감이 됐다."

이제는 처음 이영애를 만났을 때의 기억이 아련하다는 김현숙이다. 하지만 가끔 팬들이 '막돼먹은 영애씨' 시리즈 초반 영상이나 캡처 같은 것을 SNS에 올려주는 걸 보며 새록새록 기억을 떠올리기도 한다고. 이번 시즌 16에서는 '작은 사장님' 이승준(이승준)과 혼전임신으로 결혼에 골인하는 에피소드가 그려졌지만, 수많은 시간 속에서 영애씨를 웃고 울렸던 남자들도 있었다. 이영애의 첫 남자 김치국, '도련님' 최원준, '선배' 장동건, '싼쵸' 김산호, '작사' 이승준이 그중에서도 이영애와 깊은 관계를 맺었던 이들이다. 이제는 현실에서도, 극중에서도 유부녀가 된 영애씨 김현숙의 입장에서 이영애에게 가장 최고의 남자는 누구였을까.

"영애씨로 봤을 때는 산호가 가장 나았다. 허우대를 떠나 친구이기도 했고, 영애의 본 모습을 아무 조건 없이 사랑해준 남자였다. 이제까지 사귀던 남자는 다 영애가 먼저 짝사랑하다 좋아진 케이스인데, 산호는 유일하게 먼저 영애를 좋아했고 친구처럼 계속 영애의 본 모습을 보면서도 좋아해준 남자라 시청자분들도 가장 그리워하는 것 같다. 나도 영애가 산호를 놓친 게 바보 같다. 배우로서 볼 때는 이승준 오빠도 좋다. 호흡이 좋다. 여우같이 아주 잘한다."

'막돼먹은 영애씨'를 구성하는 줄기는 크게 두 가지였다. 하나는 직장 여성으로서의 이영애의 고군분투고, 다른 하나는 이영애의 러브라인이었다. 이제는 이영애와 이승준이 결혼이란 결실을 맺은 만큼, 더이상 이영애의 러브라인은 볼 수 없게 됐다.

"김현숙으로서는 섭섭하긴 하다. 결혼했기 때문에 유일하게 합법적으로 연애할 수 있는 게 극적 공간이었는데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 건 다른 배우들이 해줘야 할 몫이고 나는 다른 부분들, 워킹맘의 애환이나 영애가 성장한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것 같다. 전에는 러브라인에 좀더 치중했다면, 이제는 진짜 우리 삶에 한층 가까이 다가가서 진짜 더 혹독한 현실에 대한 반영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우리는 다 자기 삶만 힘든 줄 안다. 그런데 영애의 삶을 보며 나만 힘든 게 아니라는 걸 일깨워 드리는 게 우리의 강점이자 몫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silk781220@sportschosun.com, 사진=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